김형신 충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경감

인간은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연 인간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어디까지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흥미로운 사실 한가지는 이러한 인류 발전의 역사와 함께 범죄의 진화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인해 개인을 상대로 한 강도, 절도 등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지만, 인류 발전의 토대에서 자라난 인공지능 딥페이크 기술과 해외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심박스(SIM box) 등은 유출된 개인정보와 만나 내 자녀와 똑같은 영상, 목소리를 재생시키면서 보이스피싱, 납치, 성범죄 등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 암호화폐 등을 통한 마약유통은 경찰의 수사 및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등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이버공간과 현실이 연결되며 다소 이질적인 범죄가 결합하는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범죄의 탄생은 마치 영화 ‘괴물’ 속 괴생명체와 같이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경찰은 문명 발전의 그림자와도 같은 범죄를 최대한 빠르게 예측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응 방안을 내놓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치안데이터 통합분석을 통한 과학적 치안정책 결정과 스마트순찰차, 드론, 무기체계 개선 등을 통해 미래 치안현장의 선제적, 예방적 경찰활동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우리 충남 경찰은 최근 코로나 펜데믹을 벗어나며 급증하고 있는 112신고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텔레그램 등을 통해 퍼져가고 있는 마약사범 척결을 위한 TF 구성 및 유관 기관과의 협력 등에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스토킹, 데이트 폭력,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 관련 신고의 경우에는 살인 사건에 준하여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는 문화가 부족하고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잘못된 음주문화는 범죄의 진화와 사회 변화에 대응하고자 하는 경찰의 노력과 의지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날마다 벌어지는 의미 없는 술값 시비와 주취자 행패 등에 낭비되는 치안 인력과 시간은 위험에 노출된 피해자나 신고자의 생명과 안전을 구하고 예방에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치안 자산’이다. 잘못된 음주문화가 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응 역량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나라는 부단한 노력으로 세계 163개국 중 개인안전 5위(美 사회발전지수, 2020년), G20 국가중 10만명 당 낮은 살인율 3위(WEF 국가경쟁력 평가, 2019년) 등 치안 선진국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존중 문화와 ‘술 먹고 실수했다’,‘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이 용인되지 않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새롭게 등장하는 범죄와 변화된 사회에 대응하고자 하는 경찰의 체계적인 치안 역량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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