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 센터장

지방대학들의 죽음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정부(교육부)가 추진 중인 소위 ‘글로컬대학 30’에 선정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속으로 들어 갔기 때문이다. 지식과 기술의 혁신 주기가 빨라지고, 인구감소가 지역사회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지역의 경쟁력 원천인 대학의 혁신을 어떻게 촉진할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글로컬대학 30이 기획되고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컬대학 30은 단순히 대학이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미달학과를 없애거나 대학 간 통합을 통해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향후 20년 뒤 학령인구는 48만명(2021년)에서 26만명(2040년)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하며 대학입학정원은 현재 46만명(2022년)에 달해 입학자원의 감소에 따른 대학의 존폐는 불을 보듯 뻔하다. 클로컬대학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통합에서 벗어나 화학적 통합을 통한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그간 물리적 통합을 시도하는 자율적인 혁신은 여러 모로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구성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일부 리더들의 욕심으로만 치부하기도 했다. 절박함이 부족하다고 봐야 한다.

향후 10~15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임을 인식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지방대학이 지역혁신을 선도할 수 있을까?

첫째, 규모를 대폭 줄여야 한다. 통합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부 재학생 뿐 아니라 졸업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통합이 성공적이지 못하다. 자존심을 내세워 통합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때를 놓치면 아예 폐교될 수 있다.

둘째,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공동연구나 산업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졸업생들이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채용 후 재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화 된지 오래다.

대학들은 교과서를 통한 지식전달에 집중돼 있다. 공과대학에서 조차 실험실습을 하기 위한 시설과 시간이 부족하다. 지역기업들이 정원규모를 줄여 여유가 있는 대학건물에 입주해 공동연구나 산업인력 양성을 위해 협력하면 어떤가? 필요하다면 학제를 바꿔 4년이 아니라 3년 또는 2년으로 대학 커리큘럼을 바꾸고 기업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시간으로 1~2년을 기업의 인턴으로 구성해 보자.

셋째, 종합대학에서 전문대학으로 다시 전환돼야 한다. 많은 대학들이 전문대학에서 종합대학으로 전환돼 오히려 대학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한국폴리텍대학의 경우 철저히 현장 중심의 직업인을 양성하는 전문대학으로 졸업생의 대부분이 국내 굴지의 기업에 취직한다. 그래서 일반 대학 졸업생이 재입학하기도 한다. 혁신을 위해서 대학을 통합하고 기능을 재조정한다면 교수들의 지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온 한 교수님이 학생이 없어 재직한 학과가 없어지고 교수직을 잃었다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아픈 것이다. 글로컬대학 지정을 통해 지방이 더욱 살기 좋고 교육받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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