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충북사회혁신센터팀장

2023년 4월 5일은 제78회 식목일이었다. 지난 식목일 날,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작은 화분을 가져왔다. 선생님과 함께 심은 방울토마토 화분이다. 13개월 인생에 처음 심어 본 식물일 것이다. 그래서 화분에 꽂혀있는 아이의 사진이 귀엽고 기특하다. 작은 화분을 보면서, 살면서 나무를 얼마나 심었을까 생각해 본다. 기억을 거슬러보면 나의 어린시절 식목일은 공휴일이었다. 그래서 보통 식목일 전후로 학교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서 나무를 계속 심었다고 생각하면, 고등학교 때를 제외하고 나무 9그루 정도는 심었을 것이다.

2006년부터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성인이 된 후로 내 손으로 직접 나무를 심은 기억은 단 한 번뿐이다. 그것도 남수단 해외봉사활동 시절에 학생들과 함께 심은 것인데, 따지고 보면, 결국 학교 행사였다. 그 외에는 간접적으로 나무를 심은 경험이 있다. 2021년, 2022년에 유한킴벌리에서 진행하는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우리 부부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뜻깊은 행사였다. ‘신혼부부 나무심기’ 행사는 1년 내 혼인을 앞둔 예비신혼부부 또는 혼인 후 3년 이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아쉽게도 더 이상 참여하는 건 어렵게 되었다.

산림청은 이번 식목일 관련 홍보물에서 국민 1인당 일생동안 심을 나무의 양이 무려 425그루라고 알렸다. 도시에서 사는 내가, 땅 한 평 없는 내가, 과연 425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을까. 앞으로 100살까지 1년에 서너 그루씩 심어도 가망이 없는 수치다. 현실적으로 나무 심기는 어렵다. 차라리 사라질 위기에 처한 나무를 지키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내가 심은 것보다 훨씬 많이 사라진 나무들을 기억한다. 어릴 적 놀이터였던 아파트 앞동산은 재개발로 사라졌고, 도시락을 들고 소풍 갔던 산과 숲도 도시공원 개발공사가 진행 중이다. 조부모님의 산소가 있는 산에는 전원주택이 들어섰고, 도심과 천변에는 앙상히 가지 잘린 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다. 평생 필요한 만큼 심기도 어려운 나무를 왜 이렇게 쉽게 베어버리는 걸까.

지금 우리 시대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말한다. 지자체는 이미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실현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식목일에는 묘목나눔, 나무심기 행사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둘레길 조성, 규제해제, 개발사업 등 탄소중립과 정반대로 가는 길에 더 힘을 쏟고 있는 것 같다. 자연(自然)은 그 뜻처럼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나무를 심는 것도 좋지만, 도시의 현실에서는 나무를 지키는 것이 더 쉽고, 더 효과적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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