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정부정책서 소외된 전문대 결국 존폐기로에 섰다
4 "장벽 허문다" 정부 예고에 위기감↑
정부 전문학사·4년제학사 통합 계획안… "美 모델 운영할 것"
규제 칸막이 허물면 일반대에 취업 중심학과 늘 것으로 예측
일반대 선호 확률 커져… 논의 과정서 전문대 고려 안했단 목소리

입학생. 사진=연합뉴스.
입학생.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이미 지역대학의 소멸 위기에서 최전선에 내몰린 전문대들은 앞으로 추진될 정부 정책에 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부가 일반대의 ‘전문대화’를 부추길 수 있는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데다가 공식적으로 일반대와 전문대의 경계를 허물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 대학이 2·3년제 전문학사와 4년제 학사 등 과정을 모두 운영할 수 있도록 일반대와 전문대 등의 규제 칸막이를 허물 계획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이같은 계획을 언급하며 "미국처럼 한 대학이 전문대와 4년제, 사이버 과정을 다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지역 전문대들은 정부의 이러한 기조와 함께 이미 예고된 규제 완화 조치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지역대학이 결손 인원과 편입학 여석을 활용해 분야에 관계없이 새로운 학과를 신설할 수 있는 특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일반대가 겸임·초빙 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을 현행 5분의 1 이내에서 3분의 1 이내로 확대하고 교사·시설 등의 확보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각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선 새로운 학과 신설이 수월해지면서 비인기 학문의 위축과 함께 특정 인기학과에만 고등교육이 매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당수 일반대들이 충원율과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유리하다는 이유로 도입해왔던 전문대의 취업 중심 학과가 더욱 늘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곧 전문대의 존폐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일반대와 전문대의 학과 중복으로 서로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가 관련 전공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반대를 선호할 확률이 크다.

이런 가운데 현 대입 흐름은 입학 자원이 수도권을 먼저 채운 뒤 지역 일반대를 채우고, 이어 남은 자원이 전문대 등으로 향하는 구조다.

여기에 지역 일반대들이 입학 성적 기준까지 낮추면서 전문대로 향하던 입시생들이 크게 줄고 있다.

사실상 일반대와 전문대의 경계를 허물게 되면 전문대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학과 신설 규제 완화에 대해 전문대들은 일반대가 수업 연한만 4년제로 확대해 인기학과를 베껴가는 만큼 불필요하게 학생들의 취업이 지연되고 등록금 부담 역시 늘게 될 것이란 점 등도 강조하고 있다.

충청권 한 전문대 관계자는 "일반대의 전문대화는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변화가 없었고, 현 정책도 여러 폐단이 예상되지만 논의 과정에선 전문대들의 우려가 고려되지 않았다"며 "전문대와 일반대의 통합 관련 규제도 완화됐는데 사실상 일반대와 통합하라는 식으로 정책이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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