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충남 논산계룡금산)

김종민 의원
김종민 의원

2023년 새해 정치권의 화두는 단연 ‘정치개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방송, 토론회, 강연 등 여느 자리에서나 ‘한국정치 이대로는 안된다’는 얘기를 줄곧 하고 있다. 그만큼 절실하다. 우리는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이재명 두 0선 후보를 통해 정치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염원이 그만큼 높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기존 정치에 대한 탄핵이었고, 민심의 경고였다.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이대로 가면 정당의 미래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지금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승자독식 기득권 정치’다. 대화와 타협하라고 만든 국회에서 국민이 매일같이 보게 되는 건, 진영 간 갈등과 대결이다. 여야가 서로 공격하느라 국회는 늘 긴장상태다.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이 지긋지긋한 대결 국회에서 벗어나 민심 국회로 거듭나려면, 정치인 개개인의 결단만으로는 안된다. 제도를 바꿔야 한다. 특히, ‘승자독식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1등만 뽑는 선거에서는 상대 지지도가 떨어지면 내가 승자가 된다. 그러니 상대를 공격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 거다.

선거제도를 바꾸려면, 우리 정치인들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승자독식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이다. 지난 20대 국회 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와 같은 우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당시 정치개혁특위에서 합의했던 원안은 지금의 안이 아니었다. 지역구 225석, 비례 75석으로 바꿔 소수정당과 영호남 등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보려는 최소한의 개혁안이었다. 그러나 본회의에서 253대 47로 바뀌었다. 지역구 의석이 하나도 줄지 않았다. 결국 위성정당 사태를 낳았고, 우리는 민주주의의 길에서 탈선하고 말았다. 기득권을 지키고자 했던 정치권의 욕심이 최소한의 개혁조차 막아버렸다. 당시 정개특위 간사였던 사람으로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

의원 개개인의 유불리, 정당의 유불리를 넘어서서 정치 전체의 유불리를 봐야 한다. 이 정치로는 절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한국정치란 배가 가라앉고 있다. 가라앉는 배에서 선장 자리 놓고 싸워봐야 의미 없는 일이다.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수선하고 육지까지 안전하게 당도하도록 이끄는 게 정치인들의 임무다. 우리 모두가 이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사즉생의 각오로 부딪혀야 정치도 살아난다.

1월 30일 공식 출범을 앞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지난 9월부터 금요일 이른 아침마다 ‘초당적 정치개혁 연속토론’이 있었다. 여야 의원 14명으로 시작한 조찬 토론회가 지금은 52명이 됐다. 이 52명의 의원들이 최근 여야 중진 의원 9명의 초당적 모임 제안에 화답하면서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은 단번에 몸집이 커졌다. 지금도 선거제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에 뜻을 함께하기 위해 새로 참여하겠다는 의원들이 계속 늘고 있다.

정치개혁은 반드시 대화와 타협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선거제도는 정답이 없다. 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안이 좋다 나쁘다며 싸울 필요가 없다. 의원, 전문가, 국민 모두에게 공론의 장을 열어두고 토론하면 된다. 토론하다 보면 지금 시점에 가장 적합한 안을 함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의원 300명과 정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다. 어느 일방이 강력하게 옳다고 주장한들 그 방향으로 절대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선거제 개혁에 대한 더 강력한 국민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공론이 활성화될수록 의원들은 기득권을 이유로 반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정치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싶은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국민의 역량은 훨씬 커지고 다양해졌다. 대한민국이 전진하려면 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정치와 제도가 꼭 필요하다. 2023년이 선거제 개혁의 해, 정치개혁의 해가 되길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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