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1조 5000억 투입한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
2011년 착공 이후 첫 빔인출 성공 후 추가 연구 진행
연구진들, 한국 최초 신물질 '코리아늄' 탄생 기대감

지하에 위치해 있는 중이온가속기 내 저에너지 가속구간. 초전도 가속모듈 54기 모습. 이정훈 기자
지하에 위치해 있는 중이온가속기 내 저에너지 가속구간. 초전도 가속모듈 54기 모습. 이정훈 기자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1단계 저에너지구간, 꼭 목표대로 성공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중이온 가속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일 대전 신동지구 중이온가속기연구소 '라온' 구축 현장에는 연구진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시험 장치 앞에서 점검을 하고 있었다.

2011년 착공 이후 최근 첫 빔인출에 성공한 IBS(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들은 10여년 만에 얻은 성과로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고, 추가로 시험 할 중이온 가속에 필요한 모든 장치들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이온가속기는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무거운 이온을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각종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고, 이를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에 활용하는 거대 과학연구시설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3년, 2015년, 2019년, 2021년 총 네 차례에 걸쳐 사업 계획이 변경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희귀동위원소 생성장치(ISOL) 시스템이 구축된 공간. 이정훈 기자
희귀동위원소 생성장치(ISOL) 시스템이 구축된 공간. 이정훈 기자

특히나 그동안 1조 5000억원을 들인 대규모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외부의 지적이 이어졌고, 연구소 분위기도 침체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연구진들은 이번 일부 구간 성공을 기점으로 180도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저에너지가속장치(SCL3) 구역에는 총 54기의 가속모듈로 이뤄진 저에너지 초전도 가속장치들이 웅장하게 줄지어 있었다.

사각 은색 모양의 가속 모듈 장치는 서로 복잡한 센서와 배선으로 연결돼 있었고, 길이만 90M에 달했다.

'메이드인 코리아'. 중이온가속기연구소는 설비와 관련한 모든 기술을 국내 산업체와 함께 100% 국산화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권면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은 “바로 이곳이 첫 빔인출을 성공한 현장”이라며 “입사기에서 전달된 500keV/u 아르곤 빔이 가속 모듈 5기를 거쳐 700keV/u 이상 가속됐고, 빔 전류는 30.1㎂(마이크로암페어)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5구간의 빔인출 성공을 확인했고, 이제 이달 중 두번째 시험을 통해 28구간까지 빔인출을 시도를 앞두고 있다.

첫 빔을 인출한 저에너지 초전도 가속구간을 지나자, 희귀동위원소 생성장치(ISOL) 구역이 등장했다.

이 곳은 가벼운 이온을 무거운 표적 원소에 충돌시켜 희귀한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곳이다.

크고 작은 배관들이 복잡하게 서로 연결돼 있었고 이들 모두는 서로 연결돼 가속모듈 장치와 이어져 있었다.

희귀한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IF 방식을 결합해 운영되는 ‘세계 최초의 가속기 시설’로 불려지고 있는 곳을 실제로 확인해 보니 그 규모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다.

지상에 위치한 극저온 설비동에는 액체 헬륨을 제작·저장하는 거대한 탱크들이 들어서 있었다.

권면 중이온가속기사업단장. 사진 이정훈 기자

이곳에서 생성되는 액체 헬륨은 라온이 가속구간을 지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중이온가속기의 모든 현장은 거대함 그 자체였다.

연구진들은 이제 2단계 목표인 고에너지 가속장치(SCL2) 구축을 위해 사전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권면 단장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 시도를 하다보니 시행착오를 겪어왔지만, 이제 실패를 한다하더라도 그에 대한 대안이 있는 만큼 많은 경험을 축적해 왔다”면서 “내년 3월까지 저에너지 전체 구간에 대한 빔 시운전을 마치고, 고에너지 가속구간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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