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 충남연구원장

최근 ‘대한민국’ 국회에서 개최된 육군사관학교 이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이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막무가내 진행 방해와 실력 저지로 무산됐다. 숙의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토론의 장을 훼손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육사 충남 이전을 대통령이 약속하고 대통령 공약으로 확정한 것은 대통령도 육사 이전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며 이전할 경우 다른 지역보다 논산·계룡 지역이 월등한 우위를 갖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뜻과 의지와는 아랑곳없이 ‘정치적 이용’이라거나 ‘이전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라며 선을 긋는 국방부 장관과 육참총장의 인식, 그리고 육사 이전을 위한 연구용역비가 예산에 반영되어 있는데도 ‘특정 지역을 전제로 한 연구 용역은 제한된다’라며 집행조차 않는 국방부의 태도가 오히려 이러한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의 육군사관학교는 미래의 전장을 대비할 수 있는 교육환경에 있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는 많은 군 관계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현재 태릉 캠퍼스는 주변 지역의 급격한 도시화로 주거지역에 둘러 쌓여있다. 미래 교육 수요에 전혀 부응을 못 하는 환경 속에 있는 것이다. 육사의 미래를 설계하고 백년대계를 도모할 때가 아닌가. 육사 이전 문제는 육사의 미래발전을 위한 것이다. 결코, 지역 정서를 고려한 정치적 판단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육군사관학교는 ‘미래 전장을 주도하고 국가 방위에 헌신하는 정예 장교 육성’을 목표로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의 전장 환경은 기존 양상과는 매우 다를 것이다. 로보틱스, 드론, 사이버전 등에 대비하는 최첨단의 연구·교육 기반 조성 등이 절실하다. 산학 협력은 물론 국방 관련 기관들의 연계 및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계룡에는 3군 본부가 있고 논산에는 육군훈련소, 국방대학원뿐만 아니라 육군항공학교도 있다. 인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 항공우주연구원 등 국방의 핵심 연구기관들이 근접해 있다. 논산·계룡지역을 산학연이 함께하는 K-국방 클러스터로 발전시켜나가는 구상에 육군사관학교는 핵심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방 안보와 육군사관학교의 기능 강화라는 관점에서 육군사관학교의 충남 이전이 꼭 필요한 것이다. 육사 충남 이전이 대통령 공약이 된 것도 이러한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논산과 계룡 일대는 삼국 통일과 고려 통일을 이룬 최후 전투가 벌어진 황산벌 전투의 정기가 이어져 오는 곳이다. 황산벌은 우리나라 통일 역사의 유일한 장소로 남북 통일시대를 개척하는 육사의 기상과 꿈을 이룰 가장 이상적인 장소다. 논산과 계룡에 육군훈련소가 자리 잡고, 3군 본부가 이전하고 국방대학교가 옮겨 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곳은 우리 선조들의 기백과 정기가 살아 있고 우리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인생과 영혼이 머문 곳이다. 역사적으로도 ‘부름’이 있는 것이다. 역사적 상징성 그리고 국방 관련 기관들의 집적지로서 충남이 육사 기능 강화를 위한 최적지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육군사관학교 이전에는 육군사관의 시설을 옮기는 측면과 함께 태릉을 중심으로 깊이 내재되어 있는 「육사 정신」의 계승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아마도 군 관계자들이 육사는 ‘국군의 뿌리’라거나 ‘태릉은 우리 군의 성지’라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지금의 육사가 처한 환경이 미래 교육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육사 이전이라는 구상이 혹시 군이 그간 쌓아온 국가에 대한 충성과 헌신의 의미를 패퇴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리적 배경도 있는 듯하다. 아마 국방부 장관, 육참총장 그리고 육군사관학교 동문 다수가 염려하고 바라는 것은 이전에 상응하는 군의 명예(honor)와 긍지(pride)를 세워달라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더욱이 육군사관학교 발전을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지 함께 논의해 나가는 것이 맞다.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육군사관학교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육사 충남 이전은 ‘세계 최고의 사관학교’를 꿈꾸는, ‘대한민국 국방의 상징’ 육군사관학교의 재도약을 위한 것이다. 충남은 ‘육사 제2의 도약’을 함께 이뤄내고 싶다는 뜻을 전 도민의 의지로 표명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육군사관학교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통령 공약은 육사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지역 정서를 위한 선심 공약이 아니다.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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