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 충남연구원장

충남도는 지난달 6일 광역단체로서는 처음으로 ‘탄소중립 경제특별도’를 선포했다. 충남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의 22.1%를 차지한다. 광역단체 중 1위다. 충남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은 발전, 철강, 화학, 도로 수송, 정유 등이다. 전국 화력발전소 57기 중 29기가 충남에 있다. 발전 부문의 비중이 64%에 이른다.

충남의 ‘탄소중립 경제특별도’ 선포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극복하고 탄소중립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 그리고 탄소중립 경제에서도 대한민국을 선도하겠다는 비전과 포부를 담고 있다. ‘적응적(adaptive) 감축’에서 더 나아가 ‘능동적(proactive) 대응’으로 新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이루어내겠다는 것이다. 김태흠 지사가 전 세계 258개 중앙과 지방정부가 가입하고 있는 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구 ‘언더2 연합(Under2 Coalition)’ 공동 의장에 선출된 것도 충남도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다.

탄소 중립이란 무엇일까.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줄이는 노력과 배출된 탄소를 산림 조성 등으로 흡수하거나 제거해서 실질적인 순배출을 영(0)으로 만드는 것이다. 영어로는 넷 제로(Net Zero)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의 뉴스가 넘쳐나고 있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국가 간 협의가 이어져 왔고 2016년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파리협정이 체결됐다. 우리나라도 비준했다. 파리협정에서는 산업화 이전 그러니까 1900년도 이전 기준과 비교해서 지구 온도 상승이 2℃보다 훨씬 아래(well below)로 유지되어야 하며 상승 폭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절실한 목표가 설정됐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부간 협의체(IPCC)는 1.5℃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3%, 2050년까지는 84% 감축해야 한다는 경로를 제시한 바 있다. 선진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은 대부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목표량을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새로운 경제 질서를 예고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에 온실감축목표(NDC)를 제시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수립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NDC는 산업계의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지만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는 것이다. 화석기반 에너지 생산은 신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 구조로 재편하고, 탄소집약적 산업구조는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하고, 내연기관 중심의 수송체계는 친환경차로 바꾸며, 에너지 다소비 건물은 에너지 자급형 그린 빌딩으로 개조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탄소 중립은 이제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국제사회의 ‘행동해야 할 시간’(time for action)이라는 의제는 이 문제를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탄소중립을 지향하는 국제 경제질서의 전환은 시작되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은 좋은 예이다. 미온적 대처 시 수출, 해외 자금 조달, 기업 신용 등급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다. 탄소국경세 부과 등의 움직임도 있다. 소극적 감축의 관점에서 벗어나 에너지 시스템의 재편, 산업구조 저탄소화, 탄소중립형 신산업의 육성, 탄소흡수원 개발 등 선도적 대응을 한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여기에 탄소중립 경제의 개념이 있다.

충남도의 입장에서는 화석연료의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탄소 배출없는 친환경 산업구조로 만들어나가면서도 화력발전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발적 참여와 실천을 통한 라이프스타일 혁신도 필요하다. 사회 전반의 변화와 실천 없이 일상과 괴리된 채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 탄소 중립 거래소·연구원 그리고 관련 기업의 유치도 이루어져야 한다. 서천, 가로림만 갯벌 등 해양생태계는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충남이 가진 소중한 자산들을 잘 가꾸어 나갈 필요가 있다. 탄소 포집 및 활용(CCUS)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탄소 경제 영역이다. 탄소순환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4차 산업 혁명은 물론 탄소중립 경제에서도 충남이 앞서 나가야 한다. 충남이 재생에너지 기술 그리고 수소에너지 융복합 산업벨트 조성 등으로 탄소중립 경제를 선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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