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꿀 수출량 2017년比 90.6% 급감·수입은 38.4% 늘어
2029년 베트남 꿀 관세 철폐 예정돼 국내시장 잠식 우려
올 초 전국적 집단폐사로 생산 차질… 질병 관리 체계 시급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국내 양봉산업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꿀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가운데, 올해는 원인 모를 집단폐사까지 발생해 생산에도 차질을 빚은 것이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국회의원(당진)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천연꿀 수출량은 5t으로 2017년 53.1t에 비해 90.6% 급감했다. 천연꿀 수출량은 △2017년 53.1t △2018년 33t △2019년 17t △2020년 6.1t △2021년 5t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반면 천연꿀 수입량은 지난해 1294t으로 2017년(935.1t)보다 38.4% 증가했다.

수입량은 △2017년 935.1t △2018년 992t △2019년 683t △2020년 1006t △2021년 1294t 등 2019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국산 꿀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 의원은 "2015년 발효된 한-베트남 FTA에 따라 2029년 베트남 꿀의 관세 철폐가 예정돼 있다. 국산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인 베트남 꿀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암울한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초 원인을 알 수 없는 꿀벌 집단폐사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면서 생산에서부터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충남 양봉 28만 3671군 중 10.2%에 달하는 2만 9430군의 꿀벌이 집단폐사하면서 도 추산 약 73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지역 양봉농가는 실제 피해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승우 한국양봉협회 충남지회장은 "집단폐사하지 않은 나머지 벌통에도 평년보다 벌이 줄었다"며 "폐사 원인을 정확히 모르니 약만 뿌릴 뿐 농가에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입지 축소, 꿀벌 집단폐사 등 이중고에 양봉산업을 포기하는 농가도 있다는 생기고 있다.

충남도로부터 받은 ‘양봉사육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도내 양봉농가는 2635호로, 직전 조사인 지난해 12월(2723호)보다 88호 줄었다.

이 지회장은 "집단폐사의 피해 대부분을 양봉을 생업으로 하는 전업농이 입었다"고 "이들이 양봉을 포기하면 국산 꿀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양봉산업 보호를 위한 ‘양봉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20년 8월 시행됐지만, 양봉을 생업으로 하는 농민들은 아직 관련 시스템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배승석 한국양봉협회 사무처장은 "조류독감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 국가적으로 많은 재정과 인력이 투입돼 대응하지만, 양봉은 질병 관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부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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