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이라 했지만… 정부, 지원금 미끼로 비수도권대 참여 유도
수도권에만 학생 몰려 등록금 감소 불보듯… 악순환만 반복될 뿐

강의실. 사진=연합뉴스.
강의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정부가 다시 비수도권 중심의 대학교 정원 감축 정책을 예고하자 지역 대학가에서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

교육계는 이 같은 정책이 지역대학의 소멸을 가속화 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구분 없이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정원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우종 비수도권 7개 권역 대학총장협의회연합 회장(청운대 총장)은 18일 충청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지역대학의 요구는 대학의 정원을 수도권과 구분 없이 전체적으로 줄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령 인구 감소 위기는 국가적인 현상인 데다가 이로 인한 영향이 비수도권에 더욱 크게 미치고 있지만 정부의 대학 정원 감축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우종 회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감축 규모를 100% 동률로 맞추기는 어렵겠지만 국가균형발전을 고려한다면 어느 정도 정책에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며 "이러한 주장을 지속해왔지만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움 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학가에서는 자발적 감축으로 포장된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지원금을 미끼로 내세운 정부는 각 대학의 ‘자발적 감축’이라는 입장이지만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수도권 대학들만 감축 계획에 대거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대학 재정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해 미충원이 곧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크게 줄지 않고 있는 데다가 입학 자원까지 급감하면서 지역대학의 미충원 규모가 점차 확대된다면 재정 악화가 심각해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 교육계의 분석이다.

대전의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 수가 반토막이 났음에도 수도권에선 문을 활짝 열고 있는데 학생들이 상식적으로 어디로 향하겠느냐"라며 "학생 수가 줄면서 등록금 수입도 감소하고 재정이 악화돼 다시 지원을 받기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학교육연구소는 지역대학의 미충원율이 상승하면서 2013~2020년 비수도권 사립대 등록금 수입이 7.6% 감소한 반면 수도권 대학은 감소세가 0.7% 수준에 그쳤고, 서울 소재 사립대는 오히려 1.3% 증가한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수도권 대학들이 정부의 ‘자발적 정원 감축 계획’을 외면할 수 있는 주요 배경이다.

대전권대학발전협의회 소속의 한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수입부터 기업의 발전기금 등이 상대적으로 큰 수도권 대학에서는 당연히 정부 지원금 보다 정원 유지를 이득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대학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감축에 동참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강제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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