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향연 궁남지, 가을엔 국화 정원으로
찬란했던 백제문화, 아름다움 간직한 정림사지
텅빈 마을에서 만난 작은 가게들, 자온로 일대

 

[충청투데이 윤지수 기자]따사로운 햇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완연한 가을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부여로 향해보자.

가을 하늘 속 부여 곳곳에는 백제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서동요의 전설이 담겨있는 궁남지는 1000만 송이 연꽃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로 옆에는 백제의 미를 보여주는 정림사지가 위엄을 뽐내고 있다.

또 시간이 멈춘 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예마을 규암과 자온로 일대는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부여로 같이가U팀이 다녀왔다.

우리나라 최초 인공정원 부여 궁남지. 사진=윤지수 기자 
우리나라 최초 인공정원 부여 궁남지. 사진=윤지수 기자 

◆백제의 아름다움 간직한 궁남지

궁남지는 국내 최초 인공 연못이다.

백제시대의 궁남지는 따로 지은 궁궐에 딸린 연못을 뜻하며 '궁 남쪽에 연못을 팠다'는 삼국사기 기록에 따라 궁남지라 부르고 있다.

특히 궁남지는 백제시대 조경기술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중요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4계절 각기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궁남지는 연꽃이 핀 7월에 가면 아름다움이 절정이다.

1000만 송이의 연꽃들이 제각기 매력을 뽐내는 7월과 8월 궁남지에는 매년 서동연꽃 축제가 열린다.

진흙 속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연꽃 외에도 궁남지에는 다양한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연꽃과 비슷한 모양의 수련은 물 위에서 입을 편다.

수련의 개화 시기는 5월에서 10월로 연꽃보다 길다.

수련 중에서도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흰색, 분홍, 노랑 등 다양한 색을 띠고 있는 열대수련이다.

다른 잎보다 가장자리가 뾰족하거나 물결 모양이다.

또 멀리서 봐도 크기가 남다르고 밤에 피는 꽃으로 유명한 빅토리아연도 피어있다.

이외에도 궁남지를 휘젓고 다니는 귀여운 오리와 다양한 종류의 수생식물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미 저버린 연꽃을 못 봤다고 아쉬워하면 오산.

10월과 11월에는 굿뜨래 국화 전시회가 열려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림사지와 정림사지5층석탑. 사진=윤지수 기자
정림사지와 정림사지5층석탑. 사진=윤지수 기자

◆백제의 역사가 잠든 정림사지와 정림사지박물관

백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또 다른 곳은 정림사지다.

정림사지는 백제가 부여를 수도로 삼은 사비 도읍에 건립된 사찰로 나성으로 에워싸인 사비도성 내부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은 들판 속 정림사지와 정림사지오층석탑이 장엄한 기운을 뽐내고 있다.

특히 아파트, 학교, 상가 등 시내 중심부 속에서 이곳만이 시간을 멈춘듯한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정림사지 절 터 가운데 위치한 정림사지5층석탑은 높이가 8m에 달한다.

정림사지박물관 속 인피니티룸. 사진=윤지수 기자
정림사지박물관 속 인피니티룸. 사진=윤지수 기자

정림사지5층석탑은 모서리마다 기둥을 세운 민흘림기법을 사용했다.

장중하고 세련된 완숙미를 보여주고 있어 당시 백제의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정림사지5층석탑에는 아픔이 서려있다.

과거에는 평제탑이라고 알려졌다.

백제 사비성을 침공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하고 세운 기념탑"이란 글을 새긴 아픈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림사지에는 정림사지석불좌상이 있다.

기존 석조불상과 커다란 머리 밋밋한 어깨로 왜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체는 극심한 파괴와 마멸로 형제만 남아있는 상태다.

찬란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다면 정림사지박물관으로 향해보자.

1전시실, 2전시실로 규모는 작지만 요즘 핫한 아이템은 다 갖춰져 있다.

홀로그램, 미디어아트, AR콘텐츠를 이용한 다양한 기법들이 심심한 박물관의 이미지를 깨고 있다.

정림사지 출토 유물이 들려주는 인피니티룸은 어두운 공간 각각의 유물들이 제각기 담겨있다.

전면 대형 스크린영상과 전시테이블을 이용한 콘텐츠에는 백제의 연꽃무늬 ,기와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 정림사지 복원 모형 위로는 4계절이 펼쳐지는 맵핑 영상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극락정토를 형상화한 디지털 연못과 연꽃은 미디어아트를 통해 어려운 역사를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있다.

규암마을 속 공예품을 파는 부여서고.사진=윤지수 기자
규암마을 속 공예품을 파는 부여서고.사진=윤지수 기자

◆멈춘 공간에 숨결을 불어넣는 자온로 일대

백제의 큰 강 백마강을 마주한 동네는 규암마을이다.

한때 이곳은 나루터가 있었기 때문에 물류수송 중심지였다.

이로 인해 극장이 들어서고 오일장이 열릴 만큼 규모도 크고 사람이 많이 찾을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백제대교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마을의 온기는 사라졌다.

하지만 이곳으로 사람들이 다시 찾고 있다.

이곳에 123사비 전망대와 아트큐브가 생기면서 백마강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설과 플리마켓, 갤러리 등이 생겨났다.

또 공예인들의 정착을 위한 창작센터와 오래된 여관을 리모델링해 공예가와 여행지를 위한 레지던스가 탄생했다.

그 흐름에 힘입어 마을 곳곳에는 기업과 청년들의 활기가 돌고 있다.

다양하고 이쁜 공예품을 만나고 싶다면 '부여서고'를 추천한다.

핸드메이드로 만든 염색 공예 제품을 비롯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라탄공예품이 방문객의 취향을 저격한다.

별다른 홍보 없이도 입소문이나 여행객들의 방문이 잦다.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책방세간.사진=윤지수 기자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책방세간.사진=윤지수 기자

책을 좋아한다면 바로 옆 책방세간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구옥을 개조해 만든 서점은 다양한 종류의 책은 물론 부여 청년들이 직접 쓰고 만든 독립출판 매거진도 있다.

곳곳엔 아기자기한 공예품을 비롯해 세월의 흔적을 담은 추억의 물건들이 당신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곳 말고도 규암마을에는 아담한 카페, 음식점, 소품샵 등이 모여 있다.

부여 여행 기념으로 이곳에서 하나씩 추억을 담아오는 것은 어떨까.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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