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기 서산시의회 의원(산업건설위원회 위원장)

광복 77주년이다. 그동안 우리는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사를 말할 때 몇몇 상징적인 인물에만 주목해왔다. 그러나 3.1 운동에 전국적으로 200만명 이상이 참여했고, 75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운동이 몇몇 소수의 인물에 의해서나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산에서도 수많은 분들이 독립운동의 대열에 합류했다. 김상정 선생은 일제 강점기 왜왕에 혈서로 일제침탈의 부당함을 호소했고 해미 출신 이계성, 김관룡 옹은 해미장터에서 3.1 만세운동을 주도해 심한 옥고를 치뤘다. 운산면 출신 유흥수 선생은 대구사범학생 시절 항일학생단체인 다혁당을 결성해 민족의식과 항일의식을 고취하다 체포돼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산시청 공무원들로 구성된 시정연구동아리 ‘만세서산’은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유공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독립유공자를 찾아내 13명을 새롭게 발굴하는 쾌거를 거뒀다. 또 지역 3.1운동과 관련한 책자를 발간해 시민에게 지역 독립운동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했음에도 증거가 부족해 아직까지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그만큼 지역 역사에 대해 무지하고 관심을 쏟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묻혀버린 지역 독립운동가 발굴과 독립운동사 재조명이 필요하다. 지역의 뿌리를 새기는 길이자 시민 애향심과 자긍심을 고취하는 길이다. 지금을 사는 우리 후손들의 최소한의 도리이기도 하다. 단순한 자료 수집과 보존 차원을 벗어나 두 가지 방향에서 지역사회 독립운동사의 복원이 필요하다.

첫째, 독립운동사와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이다. 지자체마다 관광시책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지역의 정체성을 알리기보다는 관광객 유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역이 보유한 다양한 유무형 자원에 그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특색을 반영한 스토리를 입히는 게 관광시책의 핵심이다. 특히, 역사는 그 지역의 정체성이자 뿌리다. 지역 독립운동의 발자취야말로 관광객에게 지역을 각인시키고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좋은 소재다.

둘째, 지역 독립유공자와 후손에 대한 극진한 예우와 선양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특정한 국경일이나 기념일에만 독립유공자들을 기리거나 후손들을 모실 게 아니다. 크고 작은 행사에 모셔 시민에게 그들의 공적을 널리 알리고, 지역 홍보자료와 교육자료로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역사는 미래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광복절 특사가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이 소중한 명언과 함께 광복의 올바른 의미를 다함께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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