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국민 건강 돌보기 위한 법"
의료계 "업무 영역 확대 시도… 악법"

지난 4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대한간호협회 등 관계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대한간호협회 등 관계자들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가운데 간호계와 의료계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간호사 단체와 의사 단체의 의견이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환영과 지지의 뜻을 밝히는 동시에 12일 ‘국제간호사의 날 결의대회’를 예고한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간호법은 의료법상 간호사에 대한 규정을 떼어내 업무 환경·체계 등을 정립하기 위한 단독법을 말한다. 양질의 간호인력을 교육·수급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에서 간호사를 분리해 독립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간호협회의 설명이다.

그동안 간호협회는 의료법과 독립된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간호협회는 법안소위 통과 후 성명서를 통해 "숙련된 간호인력의 확보와 적정 배치, 지속 근무 등을 위한 간호법 제정안이 지난해 3월 발의된 지 1년이 지나 드디어 의결됐다"며 "여전히 대한의사협회 등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간호법은 다양화되는 간호업무에 발맞춰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고 국민 건강을 돌보기 위한 법이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간호법 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 "간호법은 의료인이 유기적 협조체계를 통해 국민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현행 시스템에 균열을 초래한다"며 "자칫 의료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악법이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그동안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규정만 떼어내 독립된 법안을 만드는 것에 대해 꾸준히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간호법 제정이 처우 개선을 내세워 다른 직역으로 업무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 회장은 "의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등의 업무 영역을 이미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굳이 간호법을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면서 "최초 제안했을 때와 달리 독소조항이 대부분 사라지긴 했지만 일단 만들고 나중에 개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오는 15일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반면 간호협회와 보건의료노조는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간호법 제정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업무범위 명확화를 통한 불법진료 근절 등 3대 요구안 마련 등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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