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청주FC 이사장 인터뷰
SMC 엔지니어링 창업…지역 리그 참여
2013-2015년 전국 직장인 대회 석권
예산 심의 미통과…프로축구팀 창단 실패
2016년 K3리그팀 ‘청주시티 FC’ 창단
준우승 차지 이후 청주 인프라 한계 느껴
2017년 창단 재추진…의회 문턱 못넘어
“전국 유일 프로팀 없어” 강조…공감 형성
스티커 부착·성안길 3만명 서명 받아내
3번의 추진끝에 프로축구팀 창단 성사
“충북청주FC만의 응원문화 만들고파”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멀쩡한 사업가다. 32살에 회사를 차려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축구를 좋아한다. 정도가 심하다. 주변에서 ‘축구에 미쳤다’고 수군댈 정도다. 고집스럽게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했다. 지난달 31일 청주시의회는 프로축구 2부(K2)리그팀 창단지원비 20억원(도비 10억원 포함)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제 충북에 또 청주에 프로축구팀이 생긴다. 그 중심에 김현주(62) 청주FC 이사장이 있다. 두번의 실패 끝에 창단에 성공한 그에게 축구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프로축구팀이 창단한다. 소감은.

"처음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 한 지 7년여 만이다. 3번의 창단 추진 끝에 성사됐다. 유소년·엘리트 축구선수, 생활체육인들 그리고 도민과 시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프로축구팀이 만들어지게 돼 너무 기쁘다."

-축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서울에 있는 광운전자공고를 다녔다. 워낙 운동을 좋아했다. 체육시간에 운동을 잘하고 달리기도 빠르니까 축구팀 감독이던 체육선생님이 축구부 입단을 권유했다. 1년 가까이 축구부 활동을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반대했다. 많이 맞기도 했다. 학업에 충실하라는 부모님의 권유로 축구를 그만두게 됐다."

-축구와의 인연이 계속 이어졌는데.

"고향은 경기도 평택이다. 대학 졸업 후 럭키금성 중앙연구소에서 일했는데 1991년 연구소가 청주로 이전하면서 청주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연구소를 옮긴 다음해인 1992년 32살에 SMC엔지니어링이라는 반도체 정비기술 업체를 창업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청주시 지역의 공단축구리그에 참여했다. 운호고, 청주상고 축구부 출신의 직원들을 영입했다. 기술 교육을 통해 업무를 하면서 회사를 대표해 축구대회에도 나갔다. 곧 청주권과 충북권 직장축구대회를 석권할 수 있었다. 충북 대표로 전국 직장인리그에 참가하게 됐다. 그런데 타 시·도 대표들은 대기업팀인데 프로축구와 실업팀 출신 선수들을 데리고 나왔다. 16강에서 계속 탈락했다. 명색이 충북대표인데 자존심이 상했다. 회사의 신입사원 모집 요강에 프로축구, 실업리그 출신 선수를 우대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운동 선수 출신이 직장을 잡기 쉽지 않아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왔다. 면접을 통해 인성을 최우선으로 봤다. 업무와 운동을 병행시켰다. 2013~2015년 전국 직장인대회를 휩쓸었다. 회사에 대한 홍보도 됐고, 직원들의 사기진작 및 단합에도 큰 도움이 됐다. 축구의 장점을 확실히 깨달았다."

-직장인 축구로는 만족할 수 없었나.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직장인 대회에서 SMC엔지니어링이 연이어 우승하니 김정남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 원로들이 찾아왔다. 충북에는 프로축구팀이 없으니 K3리그에라도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6년 1월 청주시티FC라는 이름으로 K3리그팀을 창단했다. 2019년에는 청주시티FC와 청주직지FC가 통합했고, 지금은 유일한 청주연고의 K3리그팀으로 청주FC가 활동하고 있다."

-K3리그팀과 프로축구는 운영비와 수준이 다른데.

"청주시티FC 창단 이전에 프로축구팀 창단 제안이 먼저 있었다. 2015년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내셔널리그팀인 현대미포조선에 대한 인수를 제안했다. 선수와 장비를 모두 인계해주고, 현대미포조선이 매년 10억원 씩 3년 간 30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조건이었다. 중부권에 내셔널리그팀이 없으니 직장인리그에서 활약하는 SMC엔지니어링을 택한 것 같다. 처음에는 서울 축구회관을 찾아가 고사했다. SMC엔지니어링이 프로축구를 운영하기에는 작은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청주시와 협의해 재정지원을 받아 프로축구를 창단해달라고 재차 권유했다. 그때부터 프로축구팀 창단이 진행됐다. 처음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하다보니 많이 미숙했다. 80억원의 창단 예산 지원을 요구했는데 청주시의회의 심의가 있었다. 의회에 출석해 대한축구협회의 지원안을 설명하며 청주시민과 축구인들을 위해 지원안을 통과시켜달라고 읍소했지만 실패했다. 회사의 특성상 매출액 등을 공개할 수 없는데 회사의 규모를 놓고 비하하는 표현도 들었다.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

-그럼에도 2017년에 또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했다.

"2016년 창단한 청주시티FC는 창단 첫 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SMC엔지니어링은 축구를 통해 소통과 대화를 하다보니 생산성이 좋았다. 축구의 효과를 믿게 됐다. 그런데 청주의 축구인프라가 너무 열악했다. 축구 꿈나무들이 프로팀이 없으니 지역 내 진학이 어려웠다. 취미삼아 프로축구 현장을 찾아 관람한 세월만 20여년이다. 가까운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자주 찾았다. 청주 사람들이 주말에 대전월드컵경기장을 찾는 모습을 많이 봤다. 다시 한 번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다."

-결국 또 실패했다.

"청주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나름대로는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었다. 메인스폰서와 서브스폰서도 확보했었다. 마케팅 계획을 세웠는데 프로축구연맹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 확약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프로축구팀 창단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덜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막대한 예산이 계속 투입돼야 한다는 혈세낭비 논란도 있었다. 공청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적 논란 역시 제기됐다. 이런 갈등들이 쌓여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준비했나.

"공감대 형성이 안 됐다는 것에 동의했다. 주변에서는 프로축구팀 창단이 꼭 필요하다고 했는데, 결국 축구인들만의 목소리였다. 우물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케팅 계획을 다시 세웠다. 각종 민간단체를 순회하며 설명회를 했다. 또 많은 기관단체와 협약을 맺었다. 원로체육인들을 모시고 프로축구팀 창단을 위한 도움을 호소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프로축구팀이 없는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프로축구팀 창단의 필요성을 알렸다. 스티커를 만들어 축구인들의 차에다 붙였다. 청주 성안길에서 프로축구창단을 위한 서명 부스를 만들었다. 1주일만에 3만명의 서명을 받았다."

-결국 창단지원금이 통과됐다. 뭐가 달랐을까.

"오랜 시간 지역 연고의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하면서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유소년 축구 꿈나무들의 희망, 지역을 전국에 알리는 홍보 효과, 축구인과 시민들의 주말 볼거리 창출 등의 당위성을 지방자치단체, 의회, 체육단체 등에서 인정해 준 것 같다."

-충북청주FC 창단계획은.

"곧 충북도·청주시와 연고지 협약을 할 계획이다. 오는30일 프로축구연맹에 프로축구팀 창단 신청을 할 예정이다. 연맹에서 충북도와 청주시의 재정보증 협약서, 프로축구창단 운영시스템, 예산 등을 심의 한다. 연맹 대의원회에서 가결되면 6월 말까지 통보하게 된다. 그러면 바로 창단이 가능하다. 자생력 확보를 위한 마케팅과 홍보 계획도 수립 중이다. 청주종합운동장이 프로경기가 가능한 수준의 시설을 갖췄지만 관중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더 확보해야 한다"

-축구에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밌다. 축구를 통해 응원문화가 생기고, 자긍심도 생긴다. 팬들과 함께 하는게 흥미롭다. 축구팀은 지역의 자존심이다. 축구가 지역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축구를 좋아한다고 모두가 프로축구팀 창단에 뛰어들진 않는데.

"대한축구협회 원로들로부터 등을 떠밀려 프로축구팀 창단을 추진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K3팀을 창단하니 주변에서 잘 한다고 칭찬해주더라. 보람도 느꼈다. 특히 유소년 축구선수 학부형들의 요청이 컸다. 지역에서 운동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아들이 미국에서 골프를 한다. 마찬가지로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타 지역에서 운동을 시키는 부모의 심정을 안다. 그 학부형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다는 책임감이 컸다. 축구에 미쳤다는 말을 많이 듣긴 하지만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축구를 통해 많은 효과를 봤다. 이 같은 효과를 회사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가 누리게 하고 싶었다. 다른 시·도는 다양한 프로스포츠를 계절별로 관람한다. 충북은 너무 부족하다. 안타까움이 많았다."

-어떤 프로축구팀을 만들고 싶나.

"꼭 우승만을 위해 뛰는 프로축구팀을 원하는 건 아니다. 돈을 많이 쓰면 우승할 수는 있다. 성적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충북도민, 청주시민이 하나되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충북청주FC만의 응원문화도 만들고 싶다. 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지역스타를 키우는 프로구단이 됐으면 한다. 충북청주FC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프로구단 형태다. 다른 팀은 대기업팀 아니면 도·시민구단이다. 지자체의 지원과 기업 컨소시엄은 새로운 형태라 프로축구연맹도 주목하고 있다. 빨리 자생력을 키워 독립할 수 있는 구단으로 성장하고 싶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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