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청주시 가덕면 산업팀장

얼마 전 주말 꿀잠을 자고 있는데 주방에서 큰 녀석이 엄마한테 이야기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엄마 우리 학교에서 배웠는데요. 용기 내어 캠페인이 있어요" 속으로 나는 아들이 평소 약간 소심한 성격이라서 많이 걱정했던 터라 무슨 용기를 낸다는 건지 하고 거실로 나가서 들어보기로 했다.

내용은 마트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각 가정에 있는 용기를 마트로 가져가서 식재료를 살 때 그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 없이 용기에 물건을 담아오면 되는 아주 간단한 캠페인이었던 것이다. "그럼 우리 진짜 용기 내 볼까?" 와이프도 큰 아들의 말을 듣고 주방에서 빈 용기들을 꺼내면서 말했다. 나도 한수 거들었다. "오늘 저녁에 뭐해 먹어 볼까? 저녁 메뉴에 맞춰서 식재료 살 때 집에 있는 용기를 가지고 가보자고" 이렇게 큰아들의 한마디에 우리 가족은 주섬주섬 용기들을 꺼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스마트폰으로 어떤 식으로 하면 되는 건지 좀 더 자세히 찾아보았다. 어떤 식으로 하면 되는지가 아니라 그 순간 남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진짜 집에 있는 용기를 가지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담아 오는 사람들이 있는 건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용기를 내야 하는 걸까? 5개의 크고 작은 용기를 꺼내어 마트로 향했다.

운전하는 동안 와이프는 아이들에게 "용기 내어 챌린지"가 환경운동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행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용기도 가지고 가고 신문지 같은 것도 가지고 가서 1회용 비닐봉지 대신 당근이나 고구마를 담아 온다 고도 설명하였다.

오랜만에 간 대형마트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코로나 19의 영향인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저녁에 먹고 싶다던 샤부샤부 식자재를 사기 위해서 일단 야채 코너에 갔는데, 실제 용기에 담을 수 있는 채소가 얼마 없었다. 구입하려는 목록에는 소고기, 파프리카, 깻잎, 청경채, 당근 중에서 용기에 담을 수 있는 것은 파프리카와 당근 두 종류뿐이었다.

깻잎이나 청경채는 이미 가져가기 좋게 포장이 되어 가격표가 붙어있었고, 소고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파프리카와 당근은 자율포장을 할 수 있어서 준비해 간 용기에 담아서 계산을 할 수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엄마, 많은 사람들이 마트에서 용기를 내밀면, 언젠가는 마트에서도 플라스틱 포장재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이 많이 줄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오늘은 우리가 두 가지밖에 못 샀는데 점점 많이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깨를 으쓱하면서 친척 동생들한테도 알려야겠다면서 용기에 담겨있는 파프리카와 당근 사진을 찍으며 뿌듯해했다.

하루 저녁 재료를 용기에 많이 담아오지 못해서 아쉬운 감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가족은 용기 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다음부터 마트에 갈 때는 "용기 내어 용기를 꼭 챙겨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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