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 메리츠화재 대전충남본부 FP

나는 대한민국 ‘주부’다. 주부의 사전적 정의는 ‘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맡아 꾸려 가는 안주인’이다. 사실적 정의로도 살림살이는 내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코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족 구성원 모두 특화된 위치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나 스스로도 살림 꾸리기에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살림 꾸리기의 재미가 점차 반감되고 있다. 요즘엔 반감을 넘어 재미를 잃은 듯하다. 하늘 높이 치솟는 물가 탓이다.

대전의 물가는 나날이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물가를 살피는 주요 기준은 소비자물가지수,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등 3개다. 충청지방통계청의 ‘2022년 1월 대전·세종·충청지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대전의 3개 지수는 전월·전년동월 대비 모두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전년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6%, 전년동월 대비 4.0% 올랐다. 신선식품지수도 동일 기준 각각 5.4%와 3.8% 상승했다. 지난달 대전시민들은 전월과 전년동월 대비 값비싼 나날을 보낸 셈이다.

체감물가는 더욱 상승했다. 슈퍼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할인’ 글자는 어느 새 자취를 감췄다. 시장상인들의 넉넉한 인심도 옛말이 된 듯하다. 외식 한 번 하려다 부엌 가스레인지 불을 켠 것도 여러 번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변화도 감지된다. 카풀을 시작한 친구, 도보로 출퇴근하는 직장 동료 등 곳곳에서 다양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들 소소한 변화를 통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희소식도 들려 온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회의에서 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할 뜻을 밝혔다. 유류세 20% 인하 조치 연장, 매주 총 12개 외식품목 가격 공개 등 전방위적 대응에 나선다고 한다. 실효성 여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계 전문가들은 이번 달 물가도 1월보다 더욱 올랐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약간의 증감이 있더라도 결국엔 상승곡선을 띨 것이다.

단 내 친구의 카풀이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길 바란다. 내 동료의 도보 출퇴근도 소소한 운동이 되길 기대한다. 나 또한 살림살이의 즐거움을 빨리 되찾기를 희망한다.

그 날이 빨리 찾아오기를 고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