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주 안전성평가연구소(KIT) 소장
‘수월성·공공성·개방성’ 세가지 가치 고민
동물대체시험모델 등 차세대 기술 연구
코로나 관련 유일한 독성평가 핵심 기관
치료제·백신 개발 위해 인력·인프라 집중
빠른 대응으로 실질적 역할… 우수 평가
2032년까지 AI 간독성 예측 모델 개발
바이오 산업 경쟁력 확보·정밀의료 실현
미래융합독성연구동, 사회문제 해결 수행
"안전한 국민생활 기여, 끊임없이 물을 것"

▲ 안전성평가연구소 전경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대담=김대환 대전본사 취재1부국장

2002년 설립된 안전성평가연구소(KIT)는 국민건강과 안전사회 실현을 위한 국내 유일의 독성 연구기관이다. 그동안 KIT는 우리나라 GLP 독성시험의 국제화를 통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과 인력양성, 바이오·화학물질에 대한 국민의 안전·안심 증진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현재 KIT는 국내외 산·학·연·관 등 광범위한 네트워크 구축 및 협력을 통해 글로벌 독성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확대하고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정은주 KIT 소장을 만나 앞으로 연구소의 역할, 나아갈 방향과 핵심 과제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제8대 안전성평가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다. 취임 이후 소회는.

"지난 5월 오랜 기간 애정을 갖고 재직했던 기관에 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연구소를 위해 고민했던 시간들을 소원들과 공유할 수 있어 설레기도 했지만 기관 운영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기도 했다. 소장으로 취임하면서 안전성평가연구소가 글로벌 독성연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고민하고 공유한 세가지 가치가 있다. 첫째, ‘수월성’이다. 국제적으로 가치있는 연구를 위한 환경 및 기술변화에 앞서감으로써 기관 역량을 강화해 연구성과 도출 위한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다. 둘째 ‘공공성’이다. 국가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 해결 연구를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위해 요인들에 대응해 국민 안전을 지키고 대국민 소통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산·학·연 뿐만 아니라, 선진 해외기관과의 연구 협력을 강화하고 융·복합 연구를 통해 개방성을 확대해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소통, 신뢰, 공감을 통해 국가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독성 연구 성과로 국민건강과 안전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연구소의 기능과 역할은.

"연구소는 화학·바이오 등 각종 물질에 대한 독성연구, 안전성평가연구 및 관련 기술개발, 산·학·연 지원 등을 통한 국가 산업발전 및 국민 보건 복지향상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곳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위치한 대전본소를 비롯해 정읍에는 전북분소, 진주에는 경남분소를 둬 독성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대전본소는 세계적 수준의 독성평가법 확립을 통한 독성연구 및 대체독성기술과 융·복합형 독성예측 기술 개발을 선도해 가고 있다. BIT 융합형 차세대 독성 예측 기술 개발을 위해 인공지능 시스템 구현, 동물대체시험모델, 시뮬레이션 모델 및 AOP(Adverse Outcome Pathway) 연구 등에 기반한 차세대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 줄기세포, 오가노이드 등의 생체모사 모델을 활용한 독성평가 기술 개발과 아울러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안전성평가에 집중하고 있다. 전북분소는 흡입독성연구 및 영장류·미니픽 중개독성연구의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독성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부로부터 ‘독성평가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로 지정받아 그간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 흡입과 인체 질환 사이의 상관성 등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밖에 경남분소는 국내·외 환경 규제 대응을 통한 화학산업계의 경쟁력 견인과 유해화학물질의 환경·인체 위해성 저감 및 평가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분야나 연구수행, 성과가 있다면.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우리 연구소를 비롯한 과학기술계는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서로 협력하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안전성평가연구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지원의 유일한 독성평가 핵심기관으로 지정돼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TF를 구성하고 패스트트랙 제도 운영을 통해 인력과 인프라를 집중 투입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미래감염병 기술개발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신규 물질에 대한 GLP 독성시험 평가를 수행함으로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의 IND(임상시험용 신약) 승인과 임상 2상, 임상3상 단계에서 필요한 GLP 독성시험을 지원했다. 해당 사업을 통한 코로나19 지원을 통해 치료제·백신·방역물품을 포함한 총 35개 물질을 대상으로 관련 치료제(후보물질 5개) 및 백신(후보물질 7개) 개발에 대한 비용 감축 및 개발 소요 기간 단축 등 빠른 대응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한 평가 결과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에 소속돼 중화항체 예측을 통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기간 단축을 위한 연구 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코로나19 대응 치료제와 백신의 독성시험, 민감도 높은 진단키트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래 신·변종 감염병 대응 등 국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에 참여해 감염병 R&D 수행 연구기관의 역할 확대 및 협력 관계를 구축으로 치료제·백신 개발 가속화에 앞장설 예정이다."

-국내 미래혁신 성장동력 중 하나로 바이오 분야가 부각되고 있는데, 현재 상황 진단과 과제가 있다면.

"제약·바이오산업은 미래차, 시스템반도체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혁신 성장을 이끌 BIG3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지원 시행 계획으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항암신약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첨단바이오 의약품등 연구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도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앞서 언급한 독성예측평가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글로벌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간독성 예측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나, 데이터의 부재로 간독성의 복잡성을 예측하기 어려워 다면적 독성지표 개발 및 데이터 확보는 매우 필요한 연구 기술이다. 우리 연구소가 2014년부터 개발 시작한 ToxSTAR(in vivo/in vitro/in silico 데이터 기반 간독성예측플랫폼)는 1.0~2.0 개발을 완료한 후 유전자 변이 정보를 활용한 예측 기술과 함께 2032년까지 AI 기반 인체 간독성 정밀예측 지능화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는 신약개발의 효율성 증가로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세대 정밀의료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K바이오가 지난해 세운 기술 수출 기록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11조원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한국 바이오기업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성과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상황 속에 거둔 결실로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기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 성장을 이끌 바이오 산업을 위해 안전성평가연구소도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할 것이다."

-지난 9월 미래융합독성연구동 준공식을 진행했다. 이 곳의 기능은.

"미래융합독성연구동은 안전성평가연구소 GLP의 시초가 되는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건물이다. 1986년에 완공된 안전성약리연구동을 새롭게 확충한 건물로 약 30년간 GLP(Good Laboratory Practice, 비임상시험 시설기관 지정) 연구를 수행함으로서 1988년 보건복지부 GLP 적격시험기관 인증, 국내 최초 미국 FDA 실태 조사 등을 통해 국내 비임상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새롭게 단장한 미래융합독성연구동은 차세대 독성 연구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를 선도적 수행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AI 기반과 빅데이터 통한 글로벌 선도 독성 예측 기술개발, 국민의 안전·안심을 위한 생활 속 독성 및 안전성 연구, 국내·외 관련 기관과의 협력 관계 통한 차세대 독성연구 기술 활성화 체계 구축 등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생활 속 안전·위해 이슈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독성연구의 주요 성과를 도출할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향후 미래융합독성연구동은 안전성약리, 의존성 및 뇌신경독성 분야의 연구와 BT-IT 융합 기반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스템, 시뮬레이션 모델 및 AOP 연구 등의 독성예측기술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 오가노이드 등의 생체모사 모델을 활용한 독성평가 기술개발, 대체 평가 기술 연구 등을 수행함으로서 국민생활 밀착형 생활환경화학물질 독성 연구 뿐만 아니라, 글로벌 선도형 인체 독성 예측 기술 분야를 개척함으로서 미래 독성연구를 새롭게 이끌어갈 계획이다."

-남은 임기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보니 복잡하고 다양한 외부 환경으로부터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고 복합화학물질과 유해환경으로부터 국민건강과 안전 사회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안전·위해성 연구를 선도했으며 빅데이터와 AI 등을 통한 과학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차세대 독성 연구를 위한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 최근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고 있는 화학물질이 더욱 다양해지고 이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독성연구의 중요성과 함께 우리 기관의 역할에 대한 책임도 함께 커지고 있다. 더욱 코로나19와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감염병의 확산과 같은 미래 환경은 복잡한 안전성·위해성 요인들이 국가성장을 저해하고 국민의 삶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안전성평가연구소는 국내 GLP 독성시험의 국제화와 함께 바이오·화학물질에 대한 차세대 독성연구 확대를 위해 앞장서 나갈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내년에 설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독성연구 분야에서 어떤 의미있는 성과를 내어 안전한 국민생활에 기여했는가’를 질문하고 답하기 위해 다가올 30주년을 준비해 나갈 것이다. 사람과 환경이 함께 건강한 세상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기 위해 독성 연구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신뢰하며 공감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안전성평가연구소를 비롯한 독성 연구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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