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미 서산시인협회 회장
시낭송 대회 열고 문학활동 독려
서산 등 지역 참가율 저조와 관련
“지역민, 이런 문화 익숙치 않았고
누군가 시도조차 안해 문제 발생”
대회 상금, 협회 차원선 감당하기
어려워… 향후 시·도비 지원 필요
각 사업회에 욕심 아닌 화합 강조
곧 아라메시 5호 출간… 활동 계속

[충청투데이 김덕진 기자] 올해 서산 문단은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서산문화재단 출범과 더불어 전국적인 다양한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줬기 때문이다. 서산은 전국 문화도시의 메카를 목표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지난 10월 서산 문단에서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전국 대회가 열렸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제1회 윤석중 전국 어린이동시낭송대회’와 성인들을 위한 ‘제1회 스산갯마을 전국시낭송대회’가 그것이다. 처음 열리는 대회인 만큼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첫 삽을 떴다는 데 그 의미가 남다르다. 두 대회는 모두 서산시인협회 주관으로 충남도, 충남도의회, 충남도교육청, 서산시, 서산교육지원청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누군가 나서서 첫발을 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문단의 힘을 한데 모으고 지역민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이뤄낸 서산시인협회 오영미 회장을 만났다.

“그동안 서산 지역은 문단을 부흥시키고 문화예술의 본거지 역할을 맡은 문인들이 화합해야 했음에도 개인주의가 많았다. 저변확대가 없었으며 사회성이 떨어졌다. 서산에 30년을 살면서 20여 년째 문단 일에 참여했지만, 문단에서 이를 살리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아 부끄러웠다. 인근 지역은 군 단위에서도 이미 20년을 앞서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대회를 준비해 관계자, 연구가 등을 찾아다니며 두 대회를 성사시켰다. 그동안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했던 이유는 기존 문인들, 문단의 책임이 크다. 왜 우리 지역에 이런 것이 없는지 비애를 느꼈지만 이제 첫걸음을 시작한 만큼 앞으로 지속해서 두 대회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오 회장은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첫 삽을 떴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낭송’은 시인들의 시를 분석, 파악해서 시인보다 그 뜻을 더 이해하고 연출해서 그들만의 목소리로 감성을 전달한다. 시낭송은 시연극이 되고 시공연이 될 수 있는 복합종합예술이다. 첫 대회 치고는 수준이 높아 심사위원 및 참가자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아 힘이 솟는다”고 밝혔다.

두 대회의 특징은 어린이는 윤석중을 모티브로, 스산갯마을 대회는 지역 시인의 작품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됐다. 현재 서산 지역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100명이 채 안 된다. 문학이 좋아서 열심히 노력해 전국적으로 시·문집을 발간했지만 읽히지 않았고 인지도도 없는 편이었다.

오 회장은 이번 시낭송대회에서 무조건 지역 시인의 시 중에서 1편을 선택해 반드시 암송해야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우리 지역 시인을 널리 알리는 차원도 있고 그리하면 지역 시인들에게 시 창작에 대한 존재감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서산의 인물 중 청년들을 위한 일은 청춘예찬 민태원이고, 아동을 위한 것은 윤석중, 성인의 시심을 일깨울 수 있는 건 윤곤강 선생인데 이런 분들이 서산 지역과 연관이 있다는 건 그 의미를 새겨봐야 한다고 전했다.

타 지역은 문학관도, 기념관도 그분들의 이름을 가졌지만, 서산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성인을 다 아우를 수 있는 삼각 구도가 형성돼 있다며 서산의 자긍심을 자극했다.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했다.

어린이 동요동시낭송 대회에서 인근 지역에서의 참여율이 저조했다. 오히려 대도시에서 많이 참여했고 서산, 당진, 예산 등 내포 지역을 비롯해 충청권에 있는 학교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성인 대회도 마찬가지로 인근 지역에서 참여자가 많지 않았다. 오 회장은 관심이 없다기보다는 그동안 이런 문화가 없었다는 데 그 이유를 들었다. 타 지역은 이미 1~20년 전부터 대회를 해 왔기 때문에 시민들의 머릿속에 조금씩 스며들며 전파됐지만, 우리 지역은 무관심도 있고 누군가가 시도조차 안 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것의 차이가 이번 두 대회를 통해 극명히 드러났다며 일례로 스산갯마을 대회에서 발생한 일을 언급했다.

예선경쟁에서 전국의 지원자들은 시를 암송해 동영상을 만들어 지원했지만 지역 낭송가들은 시를 보고 읽는 동영상을 만들어 접수했다. 목소리도 좋고, 젊은이들이라 발전 가능성이 있었는데 몰라서 그런 것 같다며 서산에선 유일하게 한 분만 암송해 그분 하나만 결승에 나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오 회장은 이번 대회와 관련해 “시·도비를 상금으로 사용할 수가 없는 지침이 있어 아쉬움이 있었다”며 “시인협회처럼 조그만 단체에서 매년 상금을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만큼 앞으로는 행사비에서 상금도 지원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 두 대회를 잘 활용해서 각각의 사업회에서는 자기 것만 욕심내지 말고 같이 화합할 수 있는 모토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이 공존해야지 서로 자기 욕심만 채우면 절대 안 된다며 그랬을 때 서산지역의 문화·예술·문학 부문은 인프라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을 피력했다.

그래야만 서산이 문학 도시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시점은 그러기 위한 과정으로 각 사업회는 치열하게 경쟁 중이면, 경쟁함으로써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오 회장은 “그렇게 아프고 서로 부딪치고 깨지고 하면서 성장한다. 그것들을 다 감수하고라도 서산 문화예술 창달을 위해 뜻을 드러낸다는 것은 보통 마음가짐이 아니다”라며 “변화의 시점으로 봐야 한다. 서로 헐뜯는 게 아닌, 의식을 깨는 과정으로 그런 다음에 긍정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큰 틀을 바라보고 아우를 수 있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산 문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창작 활동에 임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함께 모여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때도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아이들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발굴해 후대까지 계승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향후 서산 문단이 나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나무를 보아왔다면 이제 시야를 넓혀 숲을 봐야 한다. 타 지역과도 나란히 가야 한다. 안 하던지, 못하던지, 관심이 없던지 잘하는 사람을 위해줬으면 좋겠다. ‘시험대’로써 공익을 위해 부족하고 어설플지라도 물꼬를 터 줘야 한다. 잘하느냐, 못하느냐 따질 게 아니라 몸소 보여주고 결과로 내야 한다. 비판을 받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시작과 목적에 충실해서 계단을 한 발짝, 한 발짝 올라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에게는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부족하다며 관심을 갖고 참여도 하고 또 지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주인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끝으로 “사실 이번 같이 결과물을 내니까 모두들 놀랬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시작한 게 시인협회 창립이다. 이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그런 이목을 받고 위태롭게 나가고 있다. 이번 대회는 막 밀어붙여서 성공했다. 조금 있으면 아라메시 5호가 나온다. 문집도 열심히 만들고 태만하지 말자고 나를 채찍질한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서산=김덕진 기자 jiny090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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