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택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 이용택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백범 김구 선생님의 꿈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그는 백범일지 '나의 소원'에서 '문화의 힘'을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아니오, 경제력도 아니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한 때문이다.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임시정부 시절 김구 주석은 그 엄중한 시대에서도 우리나라가 국권을 되찾은 후 문화강국으로 새롭게 자리매김 하기를 소원했다.

1980년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문화강국론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지 못했다. 1960-70년대에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으며, 1980년대 홍콩 영화는 주인공들의 대사와 음악을 따라할 정도로 우리나라를 강타했다. 1990년대 전까지 우리나라는 외국 문화의 소비국으로 문화강국론은 사실상 꿈에 가까운 먼 나라 이야기였다.

문화소비국에서 문화수출국으로 물꼬를 트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중국에서 최초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였다. 이어 일본 NHK에서는 ‘겨울연가’를 방영했고, 이 드라마는 신드롬이 생길만큼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2000년대 들어 대장금이 K-드라마의 뒤를 이었고, 이후 K-컬처는 문화의 확장성에 힘입어 K-팝, K-뷰티, K-푸드, K-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세계인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그 영역을 점점 확장해 나가게 된다.

이런 한류의 영향은 최근에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문화의 경쟁력과 높은 수준을 만천하에 보여주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부의 양극화에 따른 문제점은 모든 나라가 직면한 문제였기에 같은 장면에서 같이 웃고, 긴장할 수 있는 전세계적인 공감대를 가져온 것이다.

또한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선한 영향력은 김구 선생님의 '문화의 힘'을 떠오르게 한다. 모든 멤버의 생일날에는 그들의 팬인 '아미'가 여러 기부 활동을 포함해 각 나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동물, 환경, 의료 등 다양한 주제의 문제를 찾고, 그 해결을 위해 가장 적절한 방식을 찾아 진행하고 있다.인도네시아 4000여 마리 바다거북 방생 프로젝트, 이집트에서는 간질환 의료 지원을 위한 기부, 아프가니스탄 위기 여성에 대한 도움의 손길 등 '인의, 자비,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포브스는 이를 두고 "음악 팬덤의 힘이 전 세계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BTS가 전하는 평등, 자신을 사랑하는 힘, 정신적 건강을 추구하는 메시지가 팬들에게 진실되게 전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BBC는 "한국의 보이 그룹 BTS가 전 세계적으로 영역을 넘나들며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류가 우리나라뿐이 아닌 세계를 선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김구 선생님의 문화강대국의 꿈은 이제 생각보다 가까이 왔다. 한 때 문화예술가 블랙리스트가 작성되는 등 압박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예술가들에 의한 문화의 힘은 다양성과 다원화를 바탕으로 크게 성장해 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강대국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흥, 신명, 정(情), 한(恨) 등 한국인의 본질(原典)을 체계 있게 연구하고 세계가 공감·지지할 수 있는 컨텐츠를 계발하여 인류에게 보편적이고 선한 영향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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