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우 청년농업인
대담=김대환 대전본사 취재1부국장
농작물 판매해야 내 수입 생겨 시장 조사·판로 확보 노력필요 영농융자자금=‘빚’ 생각해야
농수산물 경매시장 방문하면 올해 작황·수요 등 알 수 있어 경매사 한마디에 정보얻기도
지역농협 중심 로컬푸드 시장↑ 탄동농협 하나로마트·로컬푸드 시장가격比 10~20% 더 이익
마음 준 사람들 몇달 만 떠나 농촌인들 쉽게 마음 못 열어 "텃세 심하다" 선입견 생긴 것
예전과 다르게 기술발전 빨라 ‘스마트팜’ 등장… 일 편리해져 농업 고부가가치산업 성장예상

▲ 청년농업인 한태우 씨 가족들.  사진=권혁조 기자
▲ 청년농업인 한태우 씨 가족들. 사진=권혁조 기자
▲ 하우스에서 샤인머스켓의 잎사귀를 손질 하고 있는 모습.  사진=권혁조 기자
▲ 하우스에서 샤인머스켓의 잎사귀를 손질 하고 있는 모습. 사진=권혁조 기자
▲ 샤인머스켓 농장 전경.  사진=권혁조 기자
▲ 샤인머스켓 농장 전경. 사진=권혁조 기자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농촌 전원생활을 꿈꾸며 귀농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귀농에 성공하는 경우는 20~30%도 채 되지 않을 만큼 농촌생활은 녹록지 않다. 많은 사람이 동경하면서도 어려워하는 농촌생활에 대해 ‘뼈속부터 농부’이자 ‘청년 농업인’인 한태우(38·대전 탄동농협) 씨를 만나 들어봤다. <편집자 주>

-농사를 시작한 계기와 현재의 생활은.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풀을 뽑거나 농촌일을 거드는 게 당연한 일상이었다. 계기랄 것도 없이 당연히 내가 평생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농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군 생활도 농사를 지으며 군 복무를 대체하는 농촌 산업기능요원을 지원했다. 태어날 때부터 농촌에서 자라고, 농사를 지으면서 생활한 셈이다. 현재는 대전 용산동 일대에 고추, 들깨, 열무, 대파 등 제철 채소를 기르고, 옥천에서는 부모님과 샤인머스켓(포도 품종의 하나)을 하우스로 재배하고 있다. 올해는 샤인머스켓을 수확할 수 없는 시기라 접목과 삽목을 하우스에 심어 옥천 묘목단지에 판매할 계획이다.”

-귀농이나 청년 농업인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

“농촌은 꿈을 꾸는 곳도, 도피하는 곳도 아니다. 귀농도 일종의 사업이고 현실이다.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같은 농작물이라도 지역과 기후에 따라 농법이 달라야 한다. 그저 막연하게 주위에서 특정 특용작물이 잘 된다는 말만 듣고, 농촌생활을 시작한다면 실패는 당연하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하면 귀농창업을 돕는 영농융자자금을 지원금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말 그대로 정착을 돕는 융자지원정책으로 내가 갚아야 하는 빚인데, 귀농 이후 융자금으로 여유있게 시작해서 초기사업 성과가 좋으면 농촌생활을 가볍게 여긴다. 하지만 거치기간 이후 융자금 상환시기가 도래하면 일 년 소득의 절반 가까이 빚을 갚아야 될 수도 있다. 이런 미래 지출 비용까지 계산해서 융자금은 내 빚이니까, 정말 소중하게 아껴서 사용해야 한다. 또 정말 철저하게 준비하고, 노력했어도 이상기후처럼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지금까지 십 수년 농사를 지은 나도 야외에 심은 밭작물은 올해 기후때문에 망쳤다. 초기 비용은 조금 더 들더라도 관리가 가능해 최대한 변수를 줄일 수 있는 하우스농사를 권유한다. 하우스는 일조량이 부족할것이라는 생각도 오산이다. 요즘 기술력은 비닐에 따라 일조량까지 조절이 가능하고, 스마트 팜이 발전하면서 하우스농사는 무인방제나 핸드폰 제어로 일조량, 온도, 습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여기까지 완벽했더라도 아직 안심하면 안 된다. 농작물을 판매해야 내 수입이 생기는 거니까 시장조사와 판로 확보는 기본이다.”

-시장조사, 판로확보는 어떤 식으로 하는가.

“농작물의 시장 수요는 해마다 바뀐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원치 않는 경우도, 생각지 못한 기후 변수가 생기기도 한다. 시장 흐름을 느끼기 위해서는 농수산물 경매시장을 가보면 올해 작황이나 단가, 수요 등을 볼 수 있다. 경매사들에게서 올해는 어떤 작물이 괜찮겠다는 말 한마디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판로확보가 이전보다 수월해진 점은 지역 농협을 중심으로 로컬푸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있는 탄동농협의 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는 시장가격보다도 오히려 10~20%까지 가격을 더 쳐줘 어렵지 않게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농촌은 텃세가 심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농촌생활이 텃세가 심하다는 선입견이 생긴 이유부터 짚고 넘어가는 게 우선이다. 농촌은 젊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고령화가 심각하다. 다시 말해 농촌은 도시보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훨씬 소중하고, 그립고, 외로운 곳이다. 내 자식 또래의 젊은 사람들이 주위에 와서 같이 생활하면 의지도 되면서 자식 같은 생각에 콩 한쪽이라도 더 나눠주고 싶은 게 농촌 사람들의 마음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만에 자식처럼 마음을 줬던 사람들이 농촌생활을 못 버티고 떠나는 경우가 계속되다보니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농민들은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면서 서 계시는 모습이랑 같다. 바쁜데 뭐하러 왔냐. 빨리가라고 말은 하면서 정작 떠나는 뒷모습이라도 조금 더 담아두려고 발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 심정처럼 사람이 그리운 곳이 농촌이다. 사람들이 잠깐 왔다가 떠나는 경우가 계속되면서 상처만 남고, 새로운 사람이 오면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까지 속 마음과 다르게 퉁명스럽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텃세가 심하다는 선입견이 생겼을 뿐이다. 꼭 농촌이 아더니라도 내가 먼저 다가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상대방도 시나브로 마음을 열게 되는 건 어디든 똑같은 모습 아닌가. 오히려 다른 곳에서 노력하는 모습의 반만 농촌 사람들에게 보여도 농촌이 텃세가 심하다는 생각은 금방 사라질 것이다.”

-지민이(8개월)가 자라서 농사를 짓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찬성이다. 농업은 국가안보 상으로도 수입으로만 대체할 수 없다. 농촌 인구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만큼 농촌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농촌은 더 이상 부모님 세대처럼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편히 못 펴고, 땀 흘려 일만 해야 되는 곳이 아니다. 지금도 스마트 팜을 이용하면 대전과 옥천을 왔다 갔다 하면서 농사일이 가능할만큼 기술발전이 빨라지고 있다. 지민이가 자라는 20~30년 후에는 어떻겠는가. 최고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로 농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지민이가 농사를 짓겠다면 아낌없이 지원해 줄 생각이다.

정리=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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