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결실의 계절 가을, 9월이 다가온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주말, 모처럼 차 한 잔의 여유로움이 좋다.

맛보다 향이 더 좋아서인지 커피를 마시기까지의 과정을 즐긴다. 사실 커피 자체보단 로스팅 기계에 관심이 많은데 주변 사람들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줄 안다. 그래서일까. 커피를 내리는 과정만으로도 감정의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 내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을 들고 여유를 즐기는 것이 좋다. 커피는 나눔의 정(情)이다.

커피를 마시며 그림을 감상하는 일이란 얼마나 행복한가.

그림 이야기를 해보자. 존 버거는 미술시장의 가격은 작품을 인상적이고 신비롭게 만든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의 가격을 모르고 있다가도 비싸다는 걸 알게 되면 신비롭고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미술시장에서 아트 페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가격이라는 존재로서 거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높은 가격과 함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러움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잠시 경제 논리를 잊고 즐거움을 느껴보려는 마음으로 그림을 대하면 어떨까. 작품 앞에서만큼은 가격이라는 것은 교환을 위한 수치에 불과하다고 무시해버리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은 어떠한 지식 없이 바라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미술사와 미학 등을 공부하며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면 작품의 더욱 풍부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작품을 자주 관림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림을 보고 작가와 이야기도 나누고 작가의 마음도 이해하면서 말이다. 전시장에 가면 어떤 개념을 주제로 예술을 하는 사람인지 친절하게 설명하는 작가가 기다리고 있다. 미술전시 작품이 난해하고 어려워 보여도 ‘공짜 관람’과 ‘공짜 도록’을 배부하는 것도 자신의 그림을 제대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관람이 아이쇼핑하듯 보편적인 일상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최고의 쇼핑은 미술작품이다", "우리 미술관에 가실래요?" 등 문화예술시대를 맞아 이런 대화가 오고갈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아트 페어가 대전에서도 오는 10월 28~31일 유성구에 있는 골든아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기존에 열렸던 대전 무역센터가 완공하게 되면 내년부터는 무역센터에서 이어질 것이다.

오래전 김구 선생님도 우리나라가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을 창출해 세계의 모범이 되기를 희망했다.

말씀처럼 문화예술은 그래야 있다. 미술시장이 살아나 창조하는 마음이 빛을 발휘하고 희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오늘 마시는 커피향이 참으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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