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택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코로나19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연일 이어지는 1천명대의 확진자 수는 올해는 작년보다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우리의 기대감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는 더욱 강력한 람다 바이러스가 상륙했다고 하고, 미국은 2월 이후 처음으로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었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바이러스와 독성이 강하다는 람다 바이러스, 더 강한 바이러스가 출현하여 인류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언론매체의 보도는 사람들에게 더 큰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이때, 우리는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1960년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조각품을 선보인다. 우리가 과거에 보던 조소 상들과는 다르게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은 뼈대만 앙상하다. 옷도 살도 없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성큼성큼 전진하는 자세의 이 작품에서 두 눈만은 크게 부릅뜨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떤 겉치레도 없이 단순한 형태의 그 조각의 모습은 마치 '그래, 덤벼봐. 난 그래도 나아 갈거야!'라는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하다.

자코메티 역시 작품을 만들 때 모델이 있었다. 그러나 완성된 조각의 모습은 누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는 '누군가'의 모습으로 완성된다. 특정할 수 없는 '인간'은 자신의 삶에서 어느 곳을 향하여 그 상황을 직시하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누구나 괴로운 삶의 현장에 소속되어 있고, 어느 집안에나 골칫거리는 있으며, 속 편해 보이는 사람 역시 속 끓이는 속사정이 있다. 그래서 자코메티의 이 투박한 작품은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자코메티 역시 이 작품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은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어쩌면 우리는 더 길고 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백신이 나오고,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방심할 때 더 강력하게 무장한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함으로써 마스크를 쓰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과연 돌아올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내가 코로나 확진이 되는 것 보다 나로 인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내가 몸담은 조직이 갑자기 멈춰버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걷는 것, 자코메티가 말하듯이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계속해서 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코메티는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한 작가이다. 인생의 허무함과 두려움을 역설적으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뼈대로 표현했다. 살아 있고, 살고 싶어 하는 생명을 느끼는 원초적 조각으로 말이다.

인간의 두려움은 타인의 시선에서 기인할 때가 많다. 이 사회는 나 혼자만의 사회가 아닌 같이 사는 공존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시공간에 만난 우리는 타인의 시선에 서로 조금은 관대해져야 할 때이다. "괜찮아, 이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라는 담담한 이해와 시선이 있다면, 그럭저럭 이 불투명한 상황을 함께 이겨내며 자코메티의 조각과 같이 끝없이 묵묵히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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