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대전·세종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얼마 전 중소기업 사장님으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요지는 "자사의 제품과 거의 같은 제품이 인터넷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IoT 기술 기반의 자동차용 제어장치를 독자기술로 개발, 판매하고 있는 창업기업이다. 대전세종지방중기청에서 특허와 함께 기술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기술탈취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최근 기술유출 관련 통계를 보면 중소기업들의 기술탈취 피해는 상당하다.

최근 5년간 316여건의 기술 유출 사례가 있었고 피해 금액만도 434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기준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 보고서'의 사례만을 집계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대전세종지역의 경우 바이오헬스케어, IT융합 등 기술기반의 혁신기업들이 많아 기술보호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이러한 기술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기술보호 예방부터 피해구제까지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첫째, 기술보호 사전예방 및 신속한 피해구제 프로그램이다. 사전예방 프로그램은 전문가가 기술보호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을 방문해 보안수준 진단 및 맞춤형 자문을 진행한다. 사후 피해구제는 기술침해·유출 피해 및 분쟁발생 시 지원반이 방문해 합동조사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둘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을 통한 기술보호 통합상담·신고센터의 운영이다. 이 센터는 기술유출관련 신고를 접수하면 변호사, 변리사 등 전문가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특허청 및 경찰청 등과 긴밀히 연계해 기술탈취에 대응하고 있다. 그 밖에도 기술보호 전문가 현장 방문, 법무지원단, 디지털 증거분석, 기술분쟁의 조정과 중재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셋째,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가 운영하는 기술지킴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해킹, 내부정보 유출, 악성코드, 랜섬웨어 등의 이상징후를 24시간 감시하고, 모니터링을 지원한다. 기업당 30개까지의 라이센스를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넷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기술자료 임치제도이다. 이는 기업의 기술·경영상 핵심비밀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영업비밀을 보관하고, 기술유출이 발생할 경우에는 그 기술의 원보유자임을 증명해 주는 제도이다. 2021년 7월 기준 중소기업에서 1만 9000여건의 기술자료를 임치하고 있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기술탈취를 미리 대비하지 않고 있다가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중소기업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좋은 기술도 지켜야 내 기술이지 지키지 못하면 남의 기술이 되는 것이다. 대전세종지방중기청에서는 지역 혁신기업들이 마음 놓고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특허청, 경찰청 등의 유관기관과 협력해 기술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다. 중소기업들도 기술보호 관련 지원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미래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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