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30년간 지방자치 안착 기여
행정정보공개 조례, 자율성 획득 계기
주민 삶 개선 위한 사례 多… 성장 결과
27년만의 지방자치법 정부개정으로
전문성 향상·책임성 제고 변화 기대
주민·의회 중심 ‘자치분권 2.0’ 추진
업무추진비 공개 등 투명성 강화 노력

▲ 박성호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대담=김일순 세종본부장

지난 30여년 간 논의단계에만 머물렀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지난해 말 마침내 국회의 벽을 넘어섰다. '반쪽짜리 지방자치'라는 그간의 지적을 일순간 뛰어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이 개정안엔 주민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지방의회에 역량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30년 묵혀둔 숙원 해결의 선봉에 선 행정안전부 박성호 지방자치분권실장을 만났다.

◆올해는 지방의회가 재출범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인데.

“우리나라는 건국 이후부터 헌법과 법률에 지방의회에 관한 근거를 두고 있다. 1952년 4월 시·읍·면의회 의원선거와 5월 도의회 의원 선거를 통해 최초의 지방의회가 출범했다. 1952년부터 1960년까지 3회에 걸친 지방의회 의원선거가 실시되며 지방의회가 운영됐지만 1961년 5.16과 함께 9월 1일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선포되면서 지방의회는 긴 휴면기간을 맞았다. 1987년 민주화와 함께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이 폐지됨에 따라 1991년 지방의회가 다시 출범했다. '지방의회 재출범'은 지방의회가 30여년의 긴 동면을 거쳐 1991년 다시 재개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1991년 3월 기초의회의원 선거가, 1991년 6월에 광역의회의원 선거가 이뤄졌다.”

◆지방의회가 지난 30여년 간 지방자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1991년부터 지방의회가 구성됐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1995년까지 중앙정부에 의해 임명됐다. 처음부터 온전한 지방자치가 실시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당시 지방의회는 주민에 의해 직접 선출된 유일한 대표기관으로서 지방자치 시대의 새벽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도입된 이후 오늘날까지 지방의회는 꾸준히 주민대표기관이자 지방행정의 감시자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방자치를 주민의 생활 속에 안착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방의회를 통해 주민의 의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결정과정에 반영될 수 있었다. 지자체의 예산, 조례를 심의하고 행정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방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방의회의 우수한 의정활동 사례를 뽑는다면.

“대표적 사례로 1991년 7월 24일 청주시의회에서 제정한 '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가 있다. 이 조례에는 주민의 알 권리와 행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주민이 요구하는 경우 행정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1996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의 단초가 된 조례다. 제정 당시엔 법률에 근거 없이 조례를 제정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제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1992년 대법원은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을 계기로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근거가 없는 경우에도 법령의 한계 내에서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에 대한 부당한 제약이 없어지는 계기가된 것이다. 이후 청주시 정보공개조례는 다른 지방의회로도 확산됐다. 수많은 지자체에서 정보공개 조례를 제정하게됐다. 1996년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정보공개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청주시의회 사례 외에도 지방의회는 일상적으로 주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성과를 공유하고 우수한 의정활동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2019년부터 매년 '지방의회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2020년엔 '청년 7조례'를 제정한 경남도의회가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해 한해 가장 우수한 의정활동 사례로 선정됐다. 의회 내에 '청년정책연구회'를 구성해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연구했고, 청년단체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주거·창업·생활안정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또 광주광역시의회의 은둔형외톨이 지원조례도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지방의회 주도로 정책 사각지대에 있던 은둔형외톨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모든 우수사례를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어 아쉽다. 지방의회에선 지역에 대한 애착과 열의로 지역현안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지방의회 재출범 이후 30년간 지방의회가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해온 결과다.”

◆27년만에 지방자치법이 전부개정됐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 12일 공포됐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2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방의회와 관련한 가장 큰 변화는 지방의회의 인사권이 독립되고,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도입된 것이다. 기존엔 단체장에게 부여돼있던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됐다. 지방의원의 공적인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 정수의 1/2 범위에서 운영할 수 있게됐다. 지방의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도 이뤄졌다. 지방의회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운영하도록 했고, 본회의 시 기록표결 방식을 도입해 찬·반 의원의 성명 회의록에 기록하도록했다.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등 지방자치와 관련된 정보를 주민에게 적극 공개하도록 하는 일반규정도 신설됐다. 또 정례회·임시회 운영에 관한 사항, 의안발의 요건 등을 조례에 위임해 지역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인해 지방의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지방의회의원의 입법·정책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둘 수 있게돼 지방의회의 입법·정책적 전문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투명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지방의원의 징계와 관련해 '제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 등의 비판이 지속돼왔다. 하지만 앞으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설치가 의무화돼 징계 관련 자문을 받도록 함으로써 지방의원의 비위행위에 대해 객관적인 통제가 이뤄지고 징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 전체의 정보공개에 대한 일반원칙만 적용돼 지자체마다 정보공개의 내용이나 절차가 제각각인 경우가 있었다. 지방자치의 기본법인 지방자치법에 정보공개 원칙을 규정하고, 이후 하부 규정 정비를 통해 의정활동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과를 지역 주민들께 적극 공개할 계획이다. 의회사무기구의 인사권이 의장에게 주어지고 지방의회 사정에 맞게 회의 운영사항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게돼 지방의회의 권한과 자율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의회의 발전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있는지.

“행정안전부는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취지를 살려 지방의회의 전문·책임성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의회 운영을 촉진하는 내용의 자치분권 2.0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자치분권 2.0이란 지방자치의 중심축이 기존 단체장 중심(자치분권 1.0)에서 주민과 의회 중심(자치분권 2.0)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자치분권의 근간인 지방의회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행안부는 자치분권 2.0 계획에 지방의회의 의정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반영해 추진하고 있다. 우선 새로 도입된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가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세부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인사권 독립 취지에 맞게 지방의원, 전문위원, 사무직원 등 의회 구성원에 대한 직무교육을 체계화하겠다. 그간 지방의회의 요구가 높았던 의회 사무기구의 조직·직급체계 개선 요구를 검토해 합리적인 개선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방의회의 인력현황, 증가한 사무량, 기능적 필요성, 지역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방의회 조직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면 좋을지.

“지방자치가 성숙되면서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터져 나오는 부정적 보도들로 지방의회의 활동성과와 노력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방의회의 자체적인 자정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많은 지방의회가 자체 윤리강령, 국외출장 규칙 제정, 업무추진비 정보공개 등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으로, 지방의회의 청렴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직무상 비밀을 활용해 재산상 이득 뿐 아니라 채용·시험 등 재산과 무관한 사적 이득을 취하는 행위도 모두 금지됐다. 제3자로 하여금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게 하는 것도 금지됐다. 또 부동산 정보와 직무상 연관이 있는 경우엔 부동산 취득도 제한될 수 있게됐다. '지자체 업추비 집행규칙',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규칙 표준안' 등 지방의회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지방의회에서 이를 준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방의회가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

■ 박성호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이 걸어온 길…

-제35회 행정고시('92년) -행정자치부 법무담당관실, 자치제도과(‘02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지방분권과장('03년) -싱가포르 1등 서기관(‘04년) -행정자치부 생활여건개선팀장, 생활여건개선과장('06~'08년) -대통령실 파견(‘09년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일본참사관('10년) -행정자치부 자치제도과장('13년) -지역발전위원회 연계협력국장('14년 -행정자치부 대전청사관리소장(‘15년)-울산광역시 기획관리실장('16년) -행정안전부 정부혁신기획관(‘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행정실장('17년)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18년) -경상남도 행정부지사('18 ~'20년)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자치분권기획단장 ('20.4.6 ~ ‘21.1.15)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21.1.18~)

정리=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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