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평: 시간이 멈춘 듯한 자연과 즐길거리가 공존하는 곳
이동시간: 대전 출발 기준 자동차 2시간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충청도에는 서해안 해변을 비롯한 울창한 산, 물이 쏟아지는 시원한 계곡까지 주말동안 힐링을 즐길 장소가 즐비합니다. 충청지역의 휴양지를 직접 가보고, 느낀 점에 대해 가감 없이 전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휴일을 ‘찐으로’ 즐기기 위해서. <편집자 주>

대전에서 차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자연을 그대로 품은 충북 단양이다.

배산임수. 우리 조상들이 그랬다. 자고로 뒤에 산이 있고, 앞에 물이 있는 곳이 터를 잡을 만한 무릉도원이라고. 그 시절이야 노래방도 없고, 놀이동산도 없고, 만화카페도 없으니 볼게 자연밖에 없지 뭐,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이 언젠가부터 온몸으로 체감이 됐다. 시원한 나무그늘 밑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 깊숙한 곳부터 편안해진다. 그래,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단양이 꼭 가고 싶은 여행지라서 선택한 건 아니었다. 포레스트뷰, 마운틴뷰, 물 좋은 곳을 여러 번 검색하다 보니 단양의 사진이 눈에 걸렸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면 좋을 것 같았다. 단양 8경을 살펴보니 볼거리도 충분했다.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타입은 아니지만, 뭐 어쨌든 선택지가 많다는 것 좋은 거니까.

대전에선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즉, 현관을 나와서 단양 시내의 원하는 장소까지 가기 위해서는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사실 여러 명이 가서 교대로 운전을 하면 괜찮지만, 혼자 운전대를 도맡아야 할 경우는 다소 피곤한 여정이긴 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구경시장에 들려 다양한 먹거리를 즐겨보기로 했다. 단양 구경시장은 1770년경 동국문헌비고에 처음 기록될 만큼 역사와 전통이 남다른 곳이란다. 코로나19 시국이지만 지역 특산물로 만든 만두, 치킨, 순대, 빵 등 먹거리가 입소문 나면서 시장 안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시장 곳곳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부터 든든한 식사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여러 번 TV를 출연한 듯한 유명식당도 종종 눈에 띄었다. 무더운 여름, 사람이 가장 많은 곳은 아이스크림집 앞이다. 그중 한 곳에선 특이하게도 흑마늘맛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작은 도전을 해보려면 매일 먹던 딸기맛, 초코맛, 바닐라맛이 아닌 마늘맛에 도전해 보라. 개인적으로 합격이다. 마늘맛 아이스크림에 작은 마늘 알갱이들이 뿌려져 있는데, 쫀득쫀득하면서도 흑마늘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아이스크림에서도 봤듯 단양하면 마늘, 마늘하면 단양 아니겠는가. 시장 안에는 마늘 관련 먹거리가 즐비하다. 뭐, 마늘이 다 거기서 거기겠다만. 그래도 사람들이 죄다 손에 마늘빵, 마늘닭강정을 들고 다니니 왠지 나도 한 번 먹어야 할 것 같은 심리가 생긴다. 자고로 지역의 특색을 담은 먹거리 한두 개는 섭렵하고 와야 어디 가서 “단양 다녀왔다! 에헴”하고 명함 좀 내밀 수 있지 않나. 더운 여름이라 땀이 삐질 삐질 흐르지만, 한번 쯤 수많은 인파에 파묻혀 줄을 서보자. 마늘빵은 단연 맛있다. (특히 크림치즈마늘빵이 맛있다.)

아, 구경시장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옆에 있는 남한강이다. 닭강정과 마늘빵을 사서 남한강을 바라보고 앉으면 ‘아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강바람을 느끼다보면 강가로 패러글라이딩 족들이 줄줄이 착지한다. 종종 착지가 아니라 바닥에 내다 꽂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모습들은 구경하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배를 채웠으니 구경만 하던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간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정말 많은 패러글라이딩 업체들이 뜬다. 업체야 대부분 가격과 코스가 비슷비슷해 마음에 드는 곳에서 예약하면 된다. 양방산 활공장으로 간다면 픽업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올라가는 길이 매우 가파르고, 좁고, 위험했다. 운전대를 가족에게 맡겼으니 망정이지, 내가 운전대를 잡았으면 오도 가도 못했을 것.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간단한 교육만 받고 나면 전문가와 2인 1조로 비행이 가능하다. 평소에는 입을 일이 없어 보이는 녹색의 점프수트와 전용 신발까지 바꿔 신는다. 무릎 보호대, 헬멧 등 안정 장비를 착용하고 나면 이젠 정말 날아오를 때다.

장비 착용 후,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바람을 마주하고 미친 듯이 달리다보면(정말 미친 듯이 달려야 한다) 어느 순간 하늘에 붕 떠 있다. 새들의 삶이 이러할까, 싶은 느낌이다. TIP, 일몰 타이밍에 가깝다면 해질녘에 타라. 붉게 물드는 노을 속을 날아 다니다 보면 정말 영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타고 싶은데 가이드는 얄짤없이 강가로 착지한다.

장비를 정리하면서 올려다 본 활공장이 꽤 높다. 저 높은 곳에서 도약해 하늘을 누비다 내려왔구나. 두 발로 땅을 딛지 않고 세상을 바라본 게 정말 오랜만이다.

잠시 하늘을 날았으니 이제 걸어보자. 단양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인 만천하스카이워크다. 발아래 투명한 유리로 길을 만들어 남한강 절벽 위에서 80∼90m 수면 아래를 내려 볼 수 있다. 길을 걷을 때 꽤 짜릿하다. 간혹 사진을 찍겠다며 유리 전망대에서 점프를 시도하다 안전요원에게 혼나는 어른들도 있다. 지나가던 관광객들이 말한다. “어린이들도 안 뛰는데 어른이들이 뛰면 어떡해!”

매표소 인근에 주차를 해놓고 입장권을 끊으면 전망대까지 갈 수 있는 셔틀버스가 무료다. 정류장에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길래 ‘더워 죽겠는데 저 많은 사람들이 언제 타지?’ 싶었으나 생각보다 빠르게 줄이 줄어든다. 버스는 산을 오르고 올라 만천하스카이워크에 내려준다. 동그랗게 이어진 나선형 테크를 따라 전망대 상부로 오를 수 있다.

계단이 아니라 어르신과 아이들도 비교적 수월하게 오르는 점이 꽤 좋아보였다. 전망대를 오르면서 보는 풍경도 기가 막히니 너무 앞만 보고 걷지는 말 것. 생각보다 오르는 길이 바람도 잘 불고, 풍경도 좋다. 중간 중간 서서 구경하며 여유를 가져 보자.

사실 단양은 하루에 즐기기 부족한 곳이다. 이번에 소개한 곳 말고도 도담삼봉, 잔도길, 사인암, 고수동굴 등 다양한 명소들이 많다. 산과 강이 있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도 곳곳에 즐길 거리가 숨어 있는 곳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이번 주말은 단양에서 시간을 느리게 보내보는 것도 좋다.

글-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이미지편집-김연아 기자 kyact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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