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벌써 7월이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는 신호다. 7월은 정작 절반의 시작인데 6월이 더 절반이란 의미로 느껴진다. 한 해가 시작되고 어떻게 지냈는지 돌아보게 된다. 긴장하면서 바쁘게 지냈는데 말이다. 7월이면 오히려 무덤덤하다. 한 해가 절반이나 남았구나 받아들이면서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말하고 싶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어서 일까? 새로운 계절을 본격적으로 7월의 달력과 함께 알려준다. 그런가 보다. 확연히 달라지는 계절, 그리고 사람의 옷차림이 탈바꿈하는 시기다. 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긴 여름을 견뎌내야 한다. 가을이 오면 그해 여름은~ 하면서 추억할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눈도 침침해 오니 글이 긴 것보다 짧은 글인 시(詩)가 좋다. 젊어서 시를 쓰게 되면 오히려 훌륭한 시를 쓸 수 없을 것 같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때가 오기까지 기다려야 하고 한평생 되도록이면 오랫동안 의미와 감미를 모아야 한다. 시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감정이 아니고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경험이 많다는 것일 텐데 그래도 생각하는 갈대가 되어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가 되는 것을 경계하고 싶다. 그림자 없는 햇빛이란 없기에 밤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나의 노력에는 끝이 없을 것 같다. 그림도 나이가 들면서 변해간다. 함축된 언어로 시를 쓰듯이 그림도 순식간에 꽃처럼 피었다가 어느새 시들어 사라지고 그러고는 그 위로 눈이 내린다.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모든 인간, 모든 사물이 그렇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논리를 불가사의하게 배열해 놓은 게 인생이라고. 우리가 인생에서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약간의 앎일 뿐이다. 그런데 그 앎은 너무 늦게 찾아와서 결국은 지울 수 없는 회환이 생기고 만다. 그림을 대할 때마다 꿋꿋하게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믿음으로 지내왔다. 그러다 보면 목표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일하고 노력하는 것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예술가의 길은 이 끝없는 평정과 목적 없는 삶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아무래도 인간은 사랑받기보다 이해받기를 더 바라는 것 같다. 지금의 내 모습이 먼 훗날 내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상태만큼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영원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두려움이 있기에 인내하며 살아내는 내 모습에 이해를 받길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이가 든 사람이 지혜로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엄청난 착각이다. 지혜로워지는 게 아니라 다만 신중해질뿐 이란 것을 나는 안다. 나 스스로 인지하고 지나치게 신중해지는 내 모습을 경계하라도 내게 말해주고 싶다. 7월이면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다시금 마음도 시작하는 기분으로 7월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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