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택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머신러닝, 딥러닝, 모바일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수많은 업무들을 자동화시키고 있다. 이는 일자리 상실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할 수 있는 직업군인지 아닌지에 따라 고용 증가와 감소에 대한 예측을 하고 있다. 이때 예술가는 절대적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직업군으로 분류해 왔었다. 그러나 '예술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깬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그린 자화상이 약 7억 8000만원에 팔렸으며, 거울을 보고 스케치하는 인공지능 미술로봇 '아이다'는 지난해 첫 전시회에서 100만 달러(11억 원)이상의 경매 수익을 올렸고, 두 번째 전시회도 미술계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그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신이치 씨는 뭔가 용무가 있는 듯 외출 중이다. 내게는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없다. 따분하다. 무진장 따분하다." 이 1인칭 소설의 주인공은 컴퓨터 속의 인공지능이다. 주인공인 인공지능에 대해 처음에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지만, 점차 관심이 없어지자 이때 느끼는 심정을 서술한 내용이다. 사람이 쓴 것 같으나 작가는 실제 AI로써, 일본 하코다테 미래대의 마쓰바라 진 교수팀이 개발한 것이다. 공모전에서 이 소설을 심사하던 심사위원들은 작가가 진짜로 인공지능인 것을 몰랐다고 한다. 이 외에도 작곡, 연주, 노래하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등장하고 있으며, 절대로 인간을 능가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문화 예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예술 창작을 하는 과정은 보통 3단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먼저 AI가 엄청난 학습을 한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읽고,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빈도수, 구조, 최신 유행의 흐름 등을 분석한 후, 어울리는 것들로 조합해 새로운 예술 작품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뛰어난 학습 능력, 사고력, 판단력까지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보며 '예술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예술 창작은 계속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의 예술 창작 대결은 어느 쪽에 더 호감을 줄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예술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사람들은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받는 느낌이 조금씩 다 다르다. 그것은 자기가 살아온 삶에서 건드려지는 부분이 각자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을 접한 후 "이 작품을 그린 작가의 마음은 지금 내 마음과 같을 거야.", "그 가사는 지금 내 마음을 그대로 쓴 거 같다니까."와 같은 표현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한편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영화를 감상하는 옆 사람을 보며 '왜 울지? 저 장면이 그렇게 슬픈가?'라고 생각한 적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감정은 어떤 현상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무게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작품을 감상한 후 인공지능 로봇이 창작자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신기함, 호기심, 또는 무서움 등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학습한 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즉 '인간의 예술'이 좋은 이유는 인간의 능력이 출중해서라기보다 우리가 모두 같은 인간으로서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을 공감할 수 없다는 것, 바로 그것이 인공지능 로봇이 창작하는 예술의 한계인 것이다. 예술은 다양한 감정과 생각, 마음을 지닌 인간만이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분야이다. 예술 작품이 반드시 고도의 학습 결과인 고차원적인 것이어야만 할 필요는 없다. 예술 작품을 통해 받는 깊은 위로, 이해, 공감, 울림 등은 우리가 같은 인간이라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결국 '예술의 존재 이유'는 인간이 창작한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더 '인간답게'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