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취임 2년… 소부장·코로나 위기 대면
취약했던 바이오분야 기초연구 집중
이청득심으로 소통하는 조직 구성 노력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예타 통과
국가 위기 대응할 대형연구시설 구축
첨단소재·신종 바이러스 백신 등 개발
내달 방사광가속기 국제콘퍼런스 개최
국내외 전문가 초청해 정보·의견 공유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최근 충북 오창에 들어서는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건설구축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대전에 구축 중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에 이어 충청권이 바이오 등과 연계될 가속기 산업의 거점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방사광가속기를 충북 오창에 유치하기까지는 인근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바로 연구장비 중심기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이다. 이달 취임 2주년을 막 넘기며 안정적 운영에 접어든 신형식 기초연 원장은 현재 새로운 도약을 꾀하고 있다. 분석장비 중심기관에서 대형연구시설 중심기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터닝 포인트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투데이는 그를 만나 남은 임기 간의 방향과 핵심과제 등을 들어봤다.

대담=김대환 대전본사 취재1부국장

▲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벌써 취임 2년이 지났다. 소감을 부탁드린다.

“그간 국가나 연구원 차원에서 많은 일들이 있다보니 2년이라는 세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특히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인해 원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대내외 활동을 비대면으로 하다 보니 마음이 더 바빠진 것 같다. 2019년 5월 1일 취임 후 1년은 기초연 미래의 기틀을 세우는 것에 큰 의의를 뒀다. 2년차부터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소재, 부품, 장비(이하 소부장) 문제와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 등이 시작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전세계는 사회·문화적으로 미증유의 변화를 경험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과학기술계는 취약했던 바이오분야 기초연구와 바이오산업을 되돌아보게 됐다. 그 중에서도 감염병 관련 문제를 극복하는 출발점으로써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시급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취임 당시 목표 중 성과가 있다면 설명해달라.

“지난 2년간 이청득심(以廳得心), 주로 직원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직원들과 소통하며 기초연의 미래를 함께 계획했고, 기초연의 미래상은 취임 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구체화됐다. 바로 기초연이 국가적 대형연구시설 구축 및 운영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지난 33년 동안 기초연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장비를 공동 활용하는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선도연구장비를 국가적 대형연구시설들과 연계 활용함으로써 상호보완적 상승효과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한계 도전형 분석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전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방사광가속기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에 대한 감회는.

“1조 454억원의 국가적 대형연구시설을 구축하는 것인 만큼 빈틈없이 꼼꼼하게 조사돼야 하기 때문에 우려의 마음도 컸다.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변화를 모색하던 기초연에 새로운 기회도 된 것 같다. 빛 공장으로 불리는 4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할 과학기술계의 오아시스 같은 대형연구시설이다. 향후 기술선진국의 또다른 수출규제 등으로 야기된 어려움에 봉착할 경우, 해결 실마리를 제공할 첨단소재개발이나 신종바이러스의 백신 연구에 필수적인 연구시설인 것이다. 더욱이 기초연이 분석장비 중심기관에서 대형연구시설 중심기관으로 탈바꿈하려는 목표에 다가서는 기틀을 제공해줬다고 생각한다. 기초연이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구축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세계 유수의 분석과학전문 연구원’으로 성큼 다가서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중이온가속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구축 일정이 촉박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난해 청주 오창이 구축 부지로 선정된 이후, 충북도가 선제적으로 노력한 결과 올 예산에 예타통과를 전제로 115억원의 예산이 반영됐고, 부지조성 등을 서둘러 진행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전혀 새로운 가속장치 개발과 구축을 동시에 해야 하는 중이온가속기와는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방사광가속기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기술 개발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완료된 기술들을 활용하고 성능을 고도화하는 일이니만큼 크게 우려되는 일은 아니라고 예상한다.”

-국내 대형 연구시설 구축사업의 문제와 시스템 개선 방안이 있다면.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능한 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끊임없이 논의하는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적 대형연구시설인 만큼 관련분야 전문가 집단뿐만 아니라 향후 해당 시설을 활용하려는 연구자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이러한 협의 과정을 거쳐 구축 주관기관을 선정하고 나면 정부는 주관기관이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도록 주관기관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하지만 토론과 합의구조가 낙후된 지역에서는 종종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곤 한다. 기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는 누가 주도권을 쥘지 모르니 방관하다가, 막상 결정 되고 나면 수많은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이 기술을 국산화해야 하는데 외국에 의존해 예산낭비를 한다. 시설이 구축되고 나면 아무 쓸모없을 것이다. 이런 기능을 추가하지 않으면 국민 세금 낭비다. 이런 식의 비난들이 난무한다. 이 내용이 상위기관에 전달되면 주관기관은 끊임없이 흔들리게 되고 책임의식도 흐려지게 된다.”

 

▲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출연연 분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있다. 의견이 궁금하다.

“취임하고 난 후 출연연 지역조직은 별도로 정기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미 오래전 만들어진 지역조직을 따로 평가하는 것이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현재 100개 남짓한 출연연의 지역조직들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소재지역의 특화산업이나 중소기업체의 애로기술 해결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또 출연연 분원들이 어우러져 지역 내 환경문제 등에 과학기술적 해법을 제시해 지역에 봉사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배려를 정부에 제안하고 싶다. 인천에 수도권통합센터를 설치하려는 것은 새로운 센터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서울센터, 서울서부센터, 춘천센터까지 수도권의 3개 지역센터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초연은 8곳이던 지역조직이 오히려 6곳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과거 지역센터들은 출연연의 의지라기보다는 해당 지역의 요구와 필요성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다. 기초연은 과거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지역조직의 기능을 혁신하거나 조직을 통합하고자 한다. 향후 기초연의 지역조직은 특화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한다.”

-남은 임기 동안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우선 내달 예정된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국제콘퍼런스’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일이다. 그동안 격년으로 개최해온 국제학술대회를 올해는 방사광가속기의 성공적 구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가속기 관련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정보와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하고자 한다. 맹자의 가르침에 따르면, ‘천(하늘의 때)’, ‘지(지리적 이로움)’, ‘인(사람들의 화합)’의 삼재(三才)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화’라고 했다. 그동안 늘 강조해왔던 ‘소통’이 빛을 발해야 할 때다. 기초연 내부적으로는 지금껏 그랬듯이 소통을 통해 직원들이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하며 쌓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겠다. 그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릇에 담아 나갈 방향을 제시하겠다.”

정리=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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