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갑작스런 비상소집
부부공무원 자녀 동반도
구호품 배분 등 주먹구구

[시리즈]청주 수해 2년 … 이제는 안전할까
<글 싣는 순서>

1.사상최대 폭우 … 피해 극심
2.혼란빚은 초기 대응
3.시스템 개선·시설은 요원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2년전 청주수해는 불가항력적 자연재해와 인재가 빚은 합작품이다. 호우의 가장 큰 원인은 300년 빈도의 집중호우였다. 하지만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방심은 초기대응에 헛점을 드러냈다.

청주시는 수해 발생 후 매뉴얼에 따라 대응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비, 대응, 복구 등 모든 단계에서 혼란을 겪었다. 우선 대응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수해 발생 당시 청주시 직원의 30% 이상인 900여명이 임용 5년 미만의 신규 공무원이었다. 신규공무원들은 비상소집에 우왕좌왕했다. 실제 상황인지 훈련인지 구분하지 못했고, "공무원도 사람인데 어떻게 출근하냐"는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또 휴일에 갑작스레 비상소집이 걸리면서 부부공무원의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었다. 이 때문에 자녀를 데리고 소집에 응한 공무원도 상당수가 됐다. 재난대응에 컨트롤이 돼야 할 청주시청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비상소집 된 인원들도 효율적으로 배치되지 못했다. 수해 당일 청주시내 곳곳이 침수되며 차량 통행에 큰 지장이 발생했다. 전직원 비상소집이 걸린 오전 10시 10분은 이미 수해가 최고조에 이르른 상황이었다. 이 당시 수해현장에서 주민들을 피난시키고, 차량 통행을 안내하는 역할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몫이었다.

비상소집에 응한 공무원들은 소집장소로 가기 위해 이 시간 대부분 길위에 있었다. 비가 잦아든 오후에도 혼란은 이어졌다. 읍·면·동 일선 직원들이 긴급구조, 이재민 안내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었지만 본청 및 구청 등 지휘역할을 해야 할 공무원들은 아무 배정된 업무 없이 책상만 지키고 있었다.

구호물품 배분과정에서도 문제가 이어졌다. 수해 후 수많은 기관, 단체, 개인으로부터 구호물품이 쏟아졌지만 필요한 곳에 적시에 배분되지 못했다.

초기에는 배분인력과 운송수단이 없었다. 재난구호협회가 구호물품을 보낸다고 하자 청주시가 거부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청주시 복지정책과가 구호물품 담당부서로 지정된후 안정을 찾는 듯 싶었지만 구호물품이 특정 대피소에 몰리거나 일부 물품의 중복 혹은 부족 등의 현상은 여전했다.

일부에서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복지정책과는 접수받은 물품을 각 구별로 이재민 수에 따라 배분했다. 한 구에서는 구청장이 수해를 입지 않은 지역의 경로당에 수해물품을 지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인사에서 불운이 따르기도 했다. 2017년 7월 초 정기인사에 따라 재난 담당 국장과 과장, 팀장이 모두 교체됐다. 미처 업무 숙지도 하기 전에 수해가 터지면서 수습에 한계를 드러냈다.

청주시가 수해에 대비해 야심차게 설치한 내덕동과 개신동 우수저류조는 50년 빈도의 호우에 대비해 설계됐다. 300년 빈도의 호우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시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수해의 경우 침수되기 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거나, 침수 지역을 우회하는 이동이 필수다. 하지만 청주시로부터 맞춤형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시민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소식에 의존해야 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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