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대전시교육청 기초학력지원 공동캠페인]
특수학생 의미중심지도 난항
‘발음중심지도’ 해보니 희망적
대전대화초 주의집중시간 늘려
타자연습·노래부르기 등 효과
대전원신흥초 1년간 천천히 교육
입모양 카드 활용…읽기 자신감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한글 해득은 국어 과목 뿐 아니라 전 과목 학습 성취와 일상생활, 교우관계 등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특수교육대상학생 중 대부분이 한글 해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존 특수학급 읽기 지도는 ‘의미 중심 지도 방법’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통단어 지도와 같은 의미중심 지도 방법은 아는 단어만 읽게 돼 학생이 처음 보거나 낯선 단어를 볼땐 추측해 읽게 된다. 이 때문에 낱자와 소리의 대응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발음 중심 지도 방법’을 초기 읽기 지도에 활용해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도 나온다. 초기에 낱자와 소리의 대응 관계를 지도해 읽게 되면 낯선 글자라도 합성해 읽게 되므로 어떤 글자라도 읽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대전 교육현장 특수학급에 새 지도방법이 적용된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고 향후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사례A: 대전대화초, ‘주의집중 시간’ 늘리기 초점… 조바심 버렸더니 희망 보였다

대전대화초 6학년 경도 지적장애 A학생은 글을 읽을 때 조사는 모두 빼고 받침이 없는 글자 위주로 읽을 수 있는 단어만 선택해서 읽는 문제를 보였다. 받침이 있는 글자, 잘 모르는 글자는 얼버무리며 읽거나 그냥 생략하고 글자를 쓸 때 소리 나는 대로 쓰는 철자 오류를 나타냈다. 한글 자모음의 소리 값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인데 글을 읽을 때 느린 속도로 더듬거리며 읽었다.

대화초 담당교사는 먼저 A학생의 음운인식능력, 해독 능력, 읽기 유창성 능력 등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 한글해득수준진단검사, KOLRA 40초읽기 유창성 평가, 100어절 읽기검사 등을 활용했다. 또 A의 한글 미해득 원인이 정서 행동 문제 때문인지 알아보기 위해 정서 행동 검사도 함께 실시됐다. 검사 결과 A는 글자와 소리의 대응이 어려웠고 모음·자음 합성에 문제가 있어 단어 수준의 읽기가 어려웠다.

A학생은 단모음·이중모음은 정확하게 앍고 쓸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찬찬한글' 교재의 2단원 자음부분부터 1대 1로 매일 30분 이상 반복 지도를 시작했다. 복잡한 모음을 공부하면서부터는 읽기 어려워하는 글자 수가 늘었지만 스스로 읽을 수 있는 모음과 이중모음을 빠른 속도로 붙여 함께 읽는 방법으로 복잡한 모음 읽기도 조금씩 습득해 나갔다. 학습을 마친 후에는 5분 정도 복습할 수 있도록 50~100어절 정도의 문장을 크게 소리내 읽도록 지도했다.

학생의 주의집중 시간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활용한 타자 연습, 칠판 자석 글자로 글자 만들기, '말놀이 동시집' 읽고 노래 부르기, 자모음 체조 등 흥미 있어 하는 활동을 활용했다. 담당교사 B씨는 “습득 속도가 느리고 배운 것을 자주 잊어버리는 A학생의 특성을 고려해 과도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다만 의식적으로 학생과의 사전 계약을 통해 약속한 학습 시간을 지키도록 노력했으며 학생이 습득한 성취에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렇게 5개월간 진행한 A의 한글해득수준 성장 평가를 위해 한글해득수준평가지를 활용해 사후검사를 실시했다. 결과 A의 자음 읽기 정확도는 중재 이전 보다 20% 향상, 90% 수준의 정확도로 자음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얼버무리고 넘어가거나 정확하게 읽지 못했던 복잡한 모음은 80% 수준의 정확도로 읽을 수 있게 됐으며 50% 정도의 정확도로 읽었던 대표 받침글자는 100% 정확하게 읽었다. 또 A가 가장 어려워했던 복잡한 받침 글자의 오류도 20% 수준으로 감소했다.

담당교사는 “찬찬한글과 읽기자신감을 활용한 발음 중심 학습법으로 A의 한글 해득능력이 성장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경험을 통해 그동안 한글 교육을 하며 느꼈던 스스로에 대한 절망감이 자신감과 희망으로 변화됐다”고 설명했다.

▲ <사례 A>
▲ <사례 A>
▲ <사례 A>

◆사례B: 대전원신흥초, 인내의 시간 1년… 학생은 한글을 좋아하게됐다

대전원신흥초 4학년 지적장애 학생 B는 2년 전 받은 뇌수술로 언어기억력이 더 더디고 어려워졌다.

1학년부터 줄곧 한글 공부를 해왔지만 친숙한 몇 개의 낱말만 알 뿐 학습효과가 미미하다보니 B학생 스스로도 못한다는 생각에 한글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고 모든 교과 시간에도 의욕 없이 엎드려 있었다. 한글해득수준 진단검사에서도 통문자로 외운 아는 단어에만 반응할 뿐이었다. 검사 결과 B는 중장기계획 안에서 한글을 지도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사례였다. 찬찬한글 교재는 어려워 ‘읽기 자신감’ 1권부터 차근차근 단모음을 잘 지도하는 것이 중요했고 칭찬을 많이 하고 주3회 각 20분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했다.

진도는 느렸고 시행착오는 계속됐다. 한글수업 거부감이 강했기에 주 3회 한글지도 시간을 잡는 것은 기 싸움이 됐고, 입모양-소리-낱자 대응으로 연결하는 모든 과정이 더뎠다. 단모음을 지도하는 것만해도 2개월이 걸렸다. 이에 담당교사는 30분 수업을 10분씩 쪼개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B는 거울을 보고 입모양을 따라 하는 것조차 생소해 했는데 입모양 카드를 활용했더니 흥미를 가지며 따라했다. 매 시간 중재가 시작되기 전 입모양 카드를 보고 발음하기와 보드마카로 낱자 쓰기를 반복했고 엘코닌 박스를 활용해 받아쓰기 지도도 병행했다. 담당교사는 더디지만 격려하고, 기다리고, 발음 하나하나에 칭찬을 더했다. 어느 시점부터는 단모음의 기초를 토대로 이중모음, 자음으로 이어지는 배움의 속도가 붙고 이해하는 범위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다만 음운인식훈련에 어려움을 보여 받침 없는 글자(낱말)를 한 글자씩 더듬더듬 읽고 읽는 데에도 여전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학생과 교사의 ‘밀고 당기기’가 1년이 지나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B학생의 태도였다 "이거 덕분에 읽을 수 있는 글자가 많아졌어요"라며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좋아졌다. 담당교사는 “다른 교과 시간에도 ‘작년에 비해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어요. 어떤 마법을 쓰신 거예요?’라며 교담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들렸다”며 “문해교육이 준 기회가 학생에게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니까 되는구나!' 하는 성취감과 재미를 일깨워 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글을 포기했던 아이가 변화될 수 있었던 건 발음 중심 지도방법을 토대로 둔 '읽기 자신감'을 접하면서 부터다. 학습한 모음과 자음, 받침을 토대로 음운인식능력을 높여 단어를 뛰어넘어 구문·문장까지 유창성 있게 읽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특수학급에서 만난 두명의 학생은 최적의 타이밍에 한글 문해교육을 만난 수혜자가 됐다. 초기 인내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점차 학습 속도가 빠르게 흘러갔다. 읽기 부진 학생 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학생에게도 발음 중심 지도방법이 한글해득 향상도에 효과를 본 셈이다. 이는 특수학급 현장에서 만날 다양한 학생들에게 희망이 되는 소식일 것이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 <사례 B>
▲ <사례 B>
▲ <사례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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