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주

 고유 명절인 설날에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떡국을 나눠 먹고 나면 형제들은 짐 싸기에 바쁘다.

형제 모두가 다른 곳에 흩어져 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보니 예전의 설 풍경은 어느 때부터 없어져 버렸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올해 명절은 3일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오후 장인 장모와 함께 사는 우리 가족은 관절염을 앓는 장모님을 모시고 동네에 있는 찜질방을 겸한 목욕탕에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서성였다.

우리 다섯식구는 남탕과 여탕에서 옷을 갈아 입고, 찜질방에서 다시 만났다.

그런데 찜질방 풍경은 아이들과 사람들로 북적여 생각했던 것처럼 지친 몸을 추스리고 피곤을 푸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토방에 들어가 자리를 찾아 안고 보니, 옆에는 여학생이 그 뜨거운 곳에서도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아이들 공간이라고 꾸민 게임장에서 들려오던 컴퓨터 소리는 왜 그리도 크던지…. 그때서야 나는 잘못 왔구나 싶었다. 그리고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자기집에서 하듯 공공장소에서 지킬 예의를 지키지 못하는 버릇까지도 목격할 수 있었다.

문득 목욕탕 경영주도 이 정도의 손님이 들어왔으면 시간을 두고 받아야 도리가 아닌가 싶다. 명절 연휴에 돈벌이에만 급급해 이용하는 사람들이 불쾌하다면 그건 서비스 차원이 아닌 것 같다.

찜질·목욕비 3만 1000원이 아깝고 1시간 정도도 견디기 어려운 목욕탕에서의 여유는 간 곳이 없이 떠밀려서 목욕탕에 들어와 물이나 끼얹고 슬그머니 나와야 하는 마음이 괘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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