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저녁나절에 우산을 받치고 걸어가면서 차가운 비와 함께 가을도 내리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되는 계절이다. 비가 오면 신록이 짙어진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는 나뭇잎들이 초록빛을 지우고 곱게 단장할 채비를 하는 걸 보니 가까운 산으로 단풍구경이라도 갈 준비를 해야될 듯 싶다. 그러나 이 멋진 계절에 선거관리위원회 종사자들은 단풍예찬을 하러가는 행렬을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정치인들과 각종 지역단체, 주민들 간에 관광, 야유회, 지역축제 등 여러 행사를 통해 불법적인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하는 모습들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한 해가 가기 전에 정치인들은 나눔의 미덕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작은 것이라도 베풀고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위에 따라 때와 장소를 가려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모든 일을 행해야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다.

모든 일을 치우침 없이 이루고 싶다면, 정치인들은 공직선거법에서 기부행위를 선거 실시 시기와 상관없이 1년 365일 언제든지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또한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람들에게도 받은 금액의 50배(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니 유권자들도 이를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정치인들이나 선거에 나오려고 하는 사람들이 찬조의 의미보다는 자신을 선전하려는 선거운동의 한 방법으로 각종 행사를 이용하려는 사례가 있어왔기 때문에 법이 강화되어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옳지 않 은 일을 한 것이니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는가.

무엇보다 사람들은 금품이나 음식물과 같은 예기치 않은 찬조품을 받기보다는 지인들과 "요새는 살기가 좋아진 것 같다", "아무개가 취직이 되었더라" 하는 얘기를 나누면서 좋은 경치를 구경하고 싶을 것이다.

중용(中庸)에 '군자는 움직이지 않아도 존경받고 말하지 않아도 믿는다'는 말이 있다. 소(小)를 좇기보다 대(大)를 추구한다면 금전적인 노력 없이도 뭇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군자의 덕(德)도 저절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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