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백화점' 교육현장 실태 진단

글 싣는 순서
上.하나의 학교, 37개의 직종
下.비정규직 채용 명확한 기준 세워야

학교내 직중 37가지로 분류…가이드라인 없어 무분별 추가
교육환경 악화에 학생들 피해

일선 학교에는 교사외에도 여러가지 직업이 혼재돼 있다. 정부 정책, 새 교육사업 추진, 지역사회의 요구 등각각의 입맛에 맞춰 만들어진 직종만 37가지다. 문제는 이렇듯 학교 업무를 새로 만들거나 쪼개서 직종을 양산해낸 결과가 결코 교육환경에 좋은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학생이 주인이 돼야할 학교의 본질은 사라진채 말 그대로 ‘비정규직 백화점’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학교를 어떤 공간으로 볼지, 어떤 사회로 바라보고 직종 분류 정책을 내놓아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립되지 않은채 지금도 그 종류는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인해 학교안에서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교육 현장의 실태를 점검하고 효율적인 대안 마련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교무실무원·행정실무원·교무행정실무원·유치원방과후전담사·유치원업무실무원·유치원방과후과정업무실무원… 언제부터 이렇게 불어났는지도 모르겠어요. 교직원하고 공무직 사이에서 일어나는 업무 갈등은 말도 못하죠.”

대전지역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A씨는 학교를 ‘소리없는 전쟁터’라고 표현했다.

26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채용 및 시행규칙 직종분류표’에서 2019년 현재 학교내 직종은 총 37가지로 분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분류표에 명시된 직종 외에도 영어전문강사, 스포츠강사 등이 비정규직 형태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어 이들을 포함할땐 그 종류는 더욱 많아진다.

학내 직종은 지금도 그 종류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초 까지만해도 35가지였던 지역내 교육관련 직종은 ‘특수직종’이란 명목으로 2가지가 더 추가되면서 그 종류가 37가지에 이르렀다.

분류표에 새로 추가된 특수직종은 △야간경비 △청소담당 등이다.

지역사회의 요구와 입맛에 맞춰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학내 직종이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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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충청투데이 DB
기간제, 위탁·용역, 단시간, 초단시간까지 총망라되고 있는 지금의 학교 현장은 말그대로 ‘비정규직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문제는 이렇게 학내 직종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교육환경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교직원-공무직간 가치관의 충돌과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근로자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첨예한 갈등의 요소로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차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부재로 인해 땜질식으로 고용했다가 때맞춰 해고하는 사태의 반복으로 학내 갈등은 극에 달했다.

공공조직 속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혼재된 불안한 형태는 교육과정 속에 그대로 묻어나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지역내 교육계 인사 B씨는 “비정규직 양산 정책의 실수로 사람간의 대립으로만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는 칼로 무베듯 업무를 나눌 수 없는 특수한 사회로 직종이 아무리 늘어나봐야 교육환경 개선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학교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잡기 어렵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육수요자인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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