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봉

오월!

계절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가장 화려한 계절을 맞습니다.

에머럴드빛 하늘, 다사한 햇살에 새잎들의 수줍은 몸짓, 아무리 스쳐도 싫지 않는 감미로운 바람, 정원에 막 피어난 형형색색 영산백·자·홍의 타오르는 꽃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부시어 똑바로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오월은 모든 이의 마음을 동심으로 되돌리는 계절입니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오월은 맑은 눈을 갖게 하는 계절입니다.세상에는 저속하고 혐오감을 주는 낱말들도 있지만 아름다운 말들도 많습니다.

특히 오월과 관련이 있는 낱말들은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어린이, 어머니, 선생님, 신록, 꽃내음, 실비단 하늘….

이런 말들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사랑과 순수함이 배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월' 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분은 '어머니'입니다.

지난해 11월 영국문화협회는 102개 비영어권 국가 주민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영어 단어로 'mother'가 꼽혔다고 발표했습니다.

세계인들은 그 허다한 단어들 중에서 어째서 '어머니'라는 말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선정했을까요?

난 과거에 월남전에 참전한 적이 있는데, 베트남 가요에 '엄마의 노래'라는 것이 있습니다.

"산 넘어 부는 바람은

머흘러 머흘러 불지만

우리 엄마 부채바람 머흐름을 모르네.

산 넘어 부는 바람은 창너머로 오는데

우리 엄마 바람은

가슴으로부터 불어온다네."

이 세상에 엄마의 가슴에서 부는 사랑의 바람보다 더 따사로운 바람이 있을까요?

엄마의 가슴에서 부는 바람이 세상의 혹한을 녹여 주었기에 동상에 걸리거나 동사하지 않고, 오늘 구김없이 밋추름한 한 그루의 나무로 자랄 수가 있었지요.

사랑의 계절, 오월을 맞으면서 자신에게 사랑의 바람으로 가득 채워준 분들을 서운하게 또는 슬프게 해드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면서, 사랑과 보은의 바람이 내 주위로부터 불기 시작해서 세상의 그늘진 곳, 소외받은 이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녹여 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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