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스트레스 하루면 끝장나요"

축구공 하나로 인연을 맺어 3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함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피를 섞은 형제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한 동업자도 아니건만 그저 매주 한 번씩 모여 공 차는 재미로만 35년간 모임이 지속됐다면 거기엔 남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현재 논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축구 관련 동호회는 총 36개에 회원수는 1700여명에 가깝다.

이 중에서 '최고(最古)로 결성돼 최고(最高)의 실력'을 갖춘 동호회가 있다.

'논산 축우회'(회장 이충규)란 모임으로 지난 69년 처음 결성된 이래 지금까지 축구실력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봉사활동까지 타 동호회에서는 넘보지 못할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생활체육이란 개념조차 불분명하던 시절. 학교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20대의 젊은 회원들이 주축을 이뤄 첫걸음을 시작한 축우회는 이후 결성된 수많은 사회체육 동호회들의 바람직한 모델로 자리잡으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잘 다져진 회원들의 결속력이나 모임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참석하는 열성에다 각종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곧잘 우승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과거 새마을축구대회로 명명됐던 70∼80년대 대통령기 시·도대항 축구대회에서의 수차례 우승과 90년대 도 대표로 출전한 전국 생활체육 협회장배에서도 연거푸 충남도에 금과 은을 선사했었다.

여기에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활동도 남달랐다.

각종 행사시에는 질서준비요원을 자청했고, 소년소녀가장 돕기나 거리질서 확립을 위한 캠페인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특히 올해로 20년째 계속하고 있는 논산지역 축구발전을 위한 지원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매년 일정액의 기금을 모아 축구부가 있는 지역내 4곳의 학교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

논산시 체육회 김영달(59) 사무국장은 "논산 축우회의 역사가 곧 논산시 생활체육회의 역사라고 할 만큼 모든 면에서 다른 동호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축우회는 매주 토요일 오후에 정기적으로 모인다. 이 약속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와는 상관없이 어김없이 적용된다.

축우회 회장을 역임했던 임상식(62)씨는 이런 이유로 다른 축구동호회 사람들로부터 가끔 '지독한 사람들'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다른 단체는 비가 조금만 와도 철수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소나기가 내려도 전혀 개의치 않고 할 건 다 하거든요."

축우회가 독종(?) 소리를 듣는 것은 비단 이것뿐만이 아니다. 회원들 모두가 강한 승부욕을 가지고 있어 회원들간에 경기가 열리는 토요일이면 부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을 만큼 격렬하게 게임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우린 대충대충 하는 건 다들 딱 질색입니다. 비록 연습경기라고는 하지만 지고는 못 배기거든요."

논산 축우회의 이충규(59) 회장은 한창 패기가 넘치는 20∼30대부터 초로(初老)의 중년까지 회원층의 연령은 다양하지만 경기를 할 때만은 똑같다고 한다.

하지만 축구경기가 끝나면 한꺼번에 몰려가 샤워하고 소줏잔을 기울여 가며 돈독한 정을 나누는 친한 선후배가 된다.

"1주일치 스트레스가 이날 하루면 다 날아갑니다. 이 재미죠 뭐, 다른 게 있나요."

30여년 동안 축우회를 이어 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회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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