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미세먼지 공포
삶의 질 측정표준본부 출범, 식품·환경·보건 등 표준 중점, 대기오염 측정장비 자체개발

▲ 표준연 방사선표준센터 연구자들이 의료용 방사선 측정장치를 작동하고 있다. 표준연 제공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는 어디서 하고 있을까. 1975년 설립돼 세계 최고 수준의 측정 능력을 바탕으로 모두가 신뢰하는 기준을 연구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는 색다른 연구본부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측정표준을 연구하는 ‘삶의 질 측정표준본부’가 바로 그곳이다. 표준연은 1980~1990년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통 기간산업 분야인 길이와 질량, 광도 등 표준을 연구·개발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지속발전이 가능한 사회를 위해 정보통신과 나노재료 산업을 위한 측정표준이 각광을 받고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최근에는 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식품, 환경, 보건·의료, 방사선 안전 분야에 대한 표준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표준연은 이런 필요성에 부응코자 2006년 삶의 질 측정표준본부를 출범했다. 삶의 질 측정표준본부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측정표준과 기술을 확립하고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음식의 유해성분과 영양성분의 양, 대기의 질과 실내 공기 질, 암 환자의 치료에 쓰는 치료 방사선의 양 등 정확한 측정이 필요한 분야에 측정표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표준연 유기분석표준센터 소속 연구자가 질량분석기로 인증표준물질(CRM)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표준연 제공
◆안심 밥상, 인증표준물질이 책임


농약 범벅 채소, 항생제 닭고기 등 현대 사회에서 식품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만 연간 2만 5000t의 농약이 쓰이고, 육유 단위 생산량 당 항생제 사용이 선진국의 3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중금속 오염과 식품첨가물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밥상을 위한 ‘식품 안전망’이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다. 표준연은 이런 불안감을 해소코자 ‘인증표준물질(Certified Reference Material·이하 CRM)’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CRM은 특정 성분의 함량과 불확도가 정확하게 측정된 표준물질로 측정기기의 교정과 분석방법의 정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각각의 시험기관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기기와 분석법으로 해당 CRM의 특정 성분 함량을 측정한 후 CRM에 명시된 함량과 측정 함량을 비교해 분석법의 정확성을 확인한 후 교정할 수 있다.

어떤 측정결과가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지가 CRM과 비교를 통해 알 수 있기에 국민의 삶과 CRM은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현재 표준연은 식품 유해물질의 시험 검사용으로 닭고기 분말 항생제 CRM, 된장 속 곰팡이 독소 CRM, 쌀 방사능 CRM, 분유 영양성분 CRM 등 아이부터 노인까지 안전한 한 끼를 책임지는 다양한 인증표준물질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CRM은 일상생활부터 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화장품, 임상진단, 온실가스, 방사능 측정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삶과 관련된 모든 주제에 대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맑은 공기의 기본은 측정부터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인 봄이 왔지만, 집을 나서기 망설여지는 시대가 됐다.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 때문으로 언제부턴가 집을 나설 때면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주변의 미세먼지 양과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는 국민이 대기 환경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정확한 측정을 연구하고 있다.

쾌적하고 맑은 대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온실가스, 초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물질부터 배출·공정 가스, 실내 및 작업장 유해가스, 에너지 가스 등 관련 분야의 측정표준을 개발해 측정소급성을 보급 중이다.

대기환경표준센터는 지난해부터 한반도 대기오염 원인을 분석하려 한·미 협력 국내 대기 질 공동조사(KORUS-AQ)에 참여했다. 측정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표준연이 한국을 대표한다고 인정받은 덕분이었다. 이 연구에는 표준연이 자체기술로 국산화에 성공한 대기오염 측정 장비가 활용됐고, 도심과 산림에서 미세먼지를 포집해 미세먼지의 화학조성과 물리적 특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작고 치명적인 초미세먼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표준연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과 국내 초미세먼지의 상관관계를 입증해 초미세먼지의 장거리 이동이 국내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바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는 바이오매스 연소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를 추적하기 위한 온라인 측정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기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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