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특성 기존 바이러스와 달라
수입사료·야생동물 통한 감염 무게
백신접종 부실 따른 가능성도 고려

올들어 보은군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점염(漸染) 경로가 오리무중이다.

보은군은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주가 지난해 10월과 12월 러시아와 중국을 다녀온 이후 해외에 나가지 않았고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도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때문에 바이러스가 사람에 의해 외국에서 옮겨지지 않았다면, 국내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발현됐거나 수입 사료 등을 통해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통해 옮겨 다니던 바이러스가 가축 분변이나 쥐를 통해 면역력이 약하거나 항체 형성이 안 된 가축에게 전염돼 병으로 나타났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수입 사료나 사람을 통해 외국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바람(황사)에 의해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보은 구제역 바이러스가 지난 2014∼2016년 국내에서 발생했던 것과 혈청형은 '0형'으로 같지만, 유전자 특성에 일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바이러스 유입경로를 밝히는 역학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젖소가 백신을 자주 맞으면 착유량이 줄어든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젖소 농장 등은 접종을 꺼린다는 얘기도 있어 방역당국은 이 농장에서 이런 문제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이처럼 구제역 점염경로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보은·옥천·영동축협은 구제역 발생농장에 대해 지난해 4월과 9월 백신을 차질없이 공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통 소 50마리 이하의 소규모 농가는 지자체에서 무료로 백신을 놔주지만, 그 이상이 되면 농장 스스로 자가접종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제대로 접종이 이뤄졌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충북도가 살처분 전 이 농장 소 21마리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에서도 낮은 수준이지만 항체 형성률이 19%로 나타났다. 항체가 형성된 것은 백신접종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반면, 도내 우제류의 평균 항체 형성률이 75.7%에 이르고, 소의 경우는 97.8%인 점을 감안할 때 이 농장의 백신 보관이나 접종 방법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항체 형성이 덜 된 것은 냉장 보관해야 하는 백신을 상온에 뒀거나, 접종 부위를 잘못해 주사를 놓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상호 건국대 교수는 "백신을 접종한다는 건 바이러스가 상존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며 "국내에 있던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을 통해 농가로 전파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계통이 밝혀져야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며 "그러나 발생 농가의 주민이 어디를 다녀왔다든가 하는 연결 고리나 추가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추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구제역은 소·돼지·양·염소·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 가축 전염병으로 잠복기는 1∼2주 정도이며, 가축의 입술·잇몸·혀·코·유두·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형성되고 보행 불편·유량 감소·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앓거나 폐사한다.

보은=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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