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등 대부분 농가 책임
살처분보상금 80%도 부실키워
지자체·정부차원 방역강화 절실

▲ 7일 보은군 마로면 구제역 이동통제 초소를 찾은 이시종 충북지사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충북도 제공
올해들어 보은에서 첫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충북 축산농가의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매년 되풀이되는 가축전염병 관련 예방활동이 축산농가에만 맡겨져 있어 지자체나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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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6일 보은군 마로면의 젖소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 긴급 방제를 위해 이 농장에서 사육되던 195마리의 젖소가 모두 살처분됐다.

2014년 12월 진천에서 발생했던 구제역은 이듬해 2월 28일까지 무려 147일간 전국 곳곳을 휩쓸면서 196개 농가의 소·돼지 17만 3000여 마리를 살처분시키는 피해를 입혔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 초까지 소와 돼지, 닭, 오리 등 가축 살처분 보상금으로 피해농가에 지급된 예산이 1조 8500억원이 넘는다. 이 중 구제역과 AI가 동시에 발생한 2011년의 살처분 보상금은 1조 6032억원에 달한다.

이 같이 국가적인 피해가 심각한 데도 문제는 구제역 백신 약품 구매부터 접종까지 모든 과정이 전적으로 농가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소 50마리 이하의 소규모 농가에는 지자체에서 백신을 공급하지만 그 이상이면 농가 스스로 축협에서 백신을 구해 접종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덩치가 큰 소는 베테랑 수의사라도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충북도 담당자는 "숙련된 수의사라도 여러 마리의 소를 한꺼번에 접종하다 보면 주삿바늘이 제대로 꽂히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며 "백신은 근육 속에 제대로 꽂혀야 항체를 형성하는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 축산농가에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어서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부실접종이 생길 개연성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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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규모가 큰 기업농의 경우 정부에서 50%를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비용부담이 적지 않다. 게다가 백신을 맞으면 유산한다거나 몸살을 앓는다는 소문도 있어 기피하는 농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항체 형성률도 문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평균 항체 형성률은 소 95.6%, 돼지 69.7%다. 이 정도 수치면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 사육농장의 항체 형성률은 19%에 불과했다. 백신을 제대로 놓지 않았거나 접종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도 관계자는 "백신을 접종하면 스트레스 탓에 살이 덜 찌고 우유도 적게 나온다"며 "이런 이유로 접종을 기피하는 농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제역이 발생해도 살처분 후 시세의 80% 가량 보상하는 현 제도가 축산업자의 차단 방역 소홀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살처분 후 보상금 지급이라는 현 시스템보다는 지자체나 정부차원의 차단 방역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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