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 기획>세계전통시장을 찾아서
천안, 충청 북부 상업권역 형성 주도
대규모 유통매장에 밀려 급속 침체
각종 지원책에도 일부분 개선에 그쳐
생존위해 상인·소비자 인식 개선해야

글싣는 순서
① <르포>베트남 벤탄시장을 가다
② 관광 주력 상품이 된 전통시장
③ 외면받는 국내 전통시장

④ 전통시장 발전 모색
⑤ 취재후기

▲ 지난 9일 오전 방문한 천안 중앙시장에는 장사준비를 마친 상인들만 있을뿐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지 않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최진섭 기자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을,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현재를 보려면 시장을 보라는 말이 있듯 전통시장은 그 나라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장소이자, 역사와 발전 가능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표가 되고 있다.

우리 충청지역에도 나름의 사연을 간직한 전통시장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은 과거의 명성을 잇지 못하고 심각한 침체의 길의 걷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전통시장 살리기를 위한 다양한 해법을 내놓으며 재생(再生)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답이 보이질 않는다. 세계적인 전통시장으로 거듭난 벤탄시장의 사례를 통해 과거 명성이 자자했던 천안지역 재래시장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해본다.

◆천안 전통시장 변천사

천안은 경부선 철도 개설 이후 교통요지로 떠오르며 상업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예로부터 지리적으로 교통의 핵심적인 요충지이자 유통 기지로서 충청 북부의 상업권역을 형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천안지역의 전통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폐허된 시가지에 노점상, 가로상들이 모여들면서 전통시장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고도의 성장기를 거치면서 경제 질서는 안정됐고 급속한 인구 증가, 소득 증대, 거래 물량 증가 등으로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과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재래시장의 기능은 축소되고, 현대식 기업형 슈퍼마켓과 대규모 유통 매장 등이 전통 재래시장을 대신하게 됐다.

▲ 벤탄시장은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장안을 가득 메워 북적거리는 모습이었지만, 장날이 들어서지 않은 천안 병천시장의 모습은 썰렁하기만 했다. 최진섭 기자
◆전통시장의 현 상황


전통시장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삶과 함께해 온 ‘유통의 뿌리’이자 ‘소통의 공간’이다. 천안시에 따르면 지역 내 전통시장은 남산 중앙시장, 천안역 공설시장, 성정 5단지시장, 병천시장, 성환 이화시장, 중앙시장, 천일시장 등 7 곳이나 된다. 5일 간격의 정기시장은 성환 5일장, 병천 5일장, 입장 5일장 등 3개 시장이 유지되고 있지만 그 기능은 많이 미약해졌다.

최근 낙후된 시설을 현대화 사업을 통해 많이 변화시켰지만 거대 유통망에 밀리면서 지금은 극심한 침체에 신음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의 급속한 증가다. 천안시는 2011년 대형마켓과 기업형 슈퍼마켓의 급증으로부터 재래시장의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통 상업 보존 구역’을 지정했다.

전통시장으로 분류되는 구역에 대규모 점포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한 조치였지만 대형 유통매장의 확산은 막을 수 없었다. 실제 2011년 천안시에서 총 사업비 30억원을 투입해 만들어진 병천시장 순대특화거리 인근에는 800m 반경 내 7개 대형유통매장이 들어서 있다. 성환 이화시장도 상황이 비슷하다. 반경 1㎞ 내에는 대형 유통매장 10개소가 입점해 있다.

전통시장만의 뚜렷한 특색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베트남 벤탄시장의 경우 시장투어코스, 테마거리, 야시장, 갤러리, K-pop 상품, 먹거리 등 시장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반변, 천안지역 전통시장은 아직까지 세계적인 전통시장으로 거듭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오세영(75) 중앙시장 상인회장은 “사실상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은 많은 발전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대형마트 유입, 투자금액의 한계, 소비자들의 인식 등 다양한 문제들로 인해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객이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차장 개설문제, 특색있는 상품 배출 등 전통시장의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벤탄시장은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시장안을 가득 메워 북적거리는 모습이었지만, 장날이 들어서지 않은 천안 병천시장의 모습은 썰렁하기만 했다. 최진섭 기자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 인식


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도 절실하다. 실제 한 지역구에서 지난해 8~9월 9536가구를 직접 방문해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활 필수품 구입장소로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대형 슈퍼마켓(38.4%)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대형마트(22.3%), 집근처 슈퍼마켓·편의점(21.1%), 전통시장(14.6%) 순으로 나타나 전통시장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비율도 월 평균 3회에 그쳤다. 전통시장의 이용객 연령층을 보면 30대는 60.3%, 40대 이상은 70%가 넘었지만, 15~29세는 23.8%에 그치는 등 젊은층의 전통시장 이용률이 극히 저조했다.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전통시장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존폐의 위기에 처하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대전과 천안지역의 전통 시장은 파격적인 특화전략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대전·충남 지역내에는 △특성화 시장 육성사업(글로벌 명품 시장 육성 지원사업,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지원사업, 골목형 시장 육성 지원사업) △청년상인 육성사업(청년몰 조성사업,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 △시설 현대화 사업 △전통시장 명품 점포 만들기 △우수 전통시장 박람회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대전지역의 경우 지역 28개 전통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지자체로부터 1500억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받아 ‘시설현대화사업’, ‘특성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진행된 골목형시장육성사업(신도시장·한민시장·중리시장·송강시장)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게 만드는 핵심요소로 지목됐다. 또 문화관광형지원사업(은행동 상점가, 중앙·도마큰시장)을 통해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고유문화와 특산품 등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천안 성환 이화시장의 경우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을 통해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시장으로 발돋음하고 있다.

◆그러나… 멀고 먼 활성화의 길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를 이끌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각종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발전과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지 못하고 대부분 낙후시설 개선 등 단편적인 지원에 그치고 있다. 상인들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천안·아산지부가 2012년 실시한 전통시장 소비자 인식도 조사를 보면 주차·교통·편의시설 문제 외에도 소비자들은 상인의 친절도와 교환 및 환불 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상인들이 친절한가’에 대해 응답자의 7.5%만 ‘그렇다’고 답했고 교환이나 환불의 용이성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는 응답이 전혀 없었다. 각 상인회를 중심으로 친절 교육 전문가 강의 등 경영 및 서비스 전략을 보급하고 있지만 상인들의 호응도는 낮은 편이다.

전통시장 한 관계자는 “상인들의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상인회가 각종 교육에 나서고 있지만 상인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며 “상인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최진섭·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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