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 기획〉 세계전통시장을 찾아서
1914년에 문열어 호치민 대표하는 재래시장으로 자리매김
상점 2000여곳 분포… 다양한 외국어 사용해 관광객에 인기

글싣는 순서

① <르포>베트남 벤탄시장을 가다

② 관광 주력 상품이 된 전통시장

③ 외면받는 국내 전통시장

④ 전통시장 발전 모색

⑤ 취재후기

세계 주요 도시들은 자국 전통시장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탈 바꿈시켜 도시의 명물로 발전시키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있는 국내 전통시장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호치민시에 위치한 벤탄시장의 경우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다채로운 지역 문화의 장(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나라 GDP(1만4044억$)수준에 못 미치는 베트남(2005억$)이지만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 최고 관광명소로 변한 벤탄시장 모습은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다. 전통시장은 서민의 애환이 담긴 문화이자 지역 경기의 바로미터다. 성공을 이룬 전통시장의 해법을 찾아 국내 전통시장이 자체 경쟁력을 키워 세계적인 시장으로 변화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이번 ‘세계 전통시장을 찾아서’ 기획보도를 통해 국내 전통시장의 발전을 모색하는 기회를 삼고자 한다. <편집자주>

“다람쥐똥 커피 있어요, What are you looking for an item?…”

▲ 베트남의 아침을 알리는 여러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벤탄시장 앞을 지나고 있다. 최진섭 기자
지난 28일 오전 10시. 습하고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베트남 현지. 두세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은 통로에서 짧은 한국어와 영어를 외치며 호객 행위를 하는 상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짙은 매연을 내뿜으며 차량과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오가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베트남 전통시장.

▲ 외국인 관광객이 벤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최진섭 기자
이 곳은 바로 호치민이 자랑하는 ‘벤탄시장(Ben Thanh Market)’이다. 벤탄시장은 베트남 경제 수도인 호치민시에서 가장 생동감이 넘치는 곳 중 하나다. 프랑스 식민 정부 시절인 1914년 문을 연 이래 약 100여년 동안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호치민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벤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코 끝을 자극했다.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안은 이미 쇼핑을 하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어 발디들 틈 없이 북적였다.

넓은 중앙 통로를 지나 시장 안으로 진입하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큼의 비좁은 통로가 마치 미로처럼 펼쳐져 있었다.

▲ 벤탄시장 중앙 통로에 마련된 푸드코너에서 이정훈 기자가 직접 음료 주문을 하고 있다. 최진섭 기자
상점 2000여 곳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처음에는 복잡해 보였지만 가방부터 식료품, 의류, 신발, 원단, 가죽 제품, 귀금속, 주방용품, 침구류, 미용제품 등 나름대로 그들의 방식에 맞춰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특히 취급 품목별로 일정하게 구역이 나눠져 있어 원하는 물건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관광명소답게 시장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했다. 젊은이부터 노부부까지 전 세계 인종이 모두 시장에 모여 있는 듯 했다. 시장 상인들도 유창하지는 않지만 세계 각 국의 언어를 사용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관광객들도 상인들과 흥정하는 재미에 푹 빠져 주저없이 물건을 하나 둘씩 구매했다.

시장에서 만난 영국인 관광객 클레멘트(33) 씨는 “관광지역을 찾던 중 웹서핑을 통해 벤탄시장을 알게 되면서 여자친구와 함께 방문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다양한 물건 구매는 물론, 주변 관광지를 쉽게 찾아 다닐 수 있어 좋은 관광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코너에 들어서자 한국의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들이 네일아트를 받고 있었다. 미용에 관한 여성들의 마음은 국경이 없는 듯 했다. 시장 한가운데는 출출할 관광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줄 식당가도 형성돼 있었다. “과일음료 있어요, 쌀국수 팝니다…” 넉살 좋은 아주머니의 호객행위로 식당가 역시 북적였다.

▲ 10대 소녀가 관광객들에게 판매할 상품을 포장 하고 있는 모습. 최진섭 기자
낮 동안 만여명의 관광객들로 후끈 달아올랐던 벤탄시장의 열기는 밤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후 6시가 지나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시장 바깥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벤탄시장의 백미인 야시장을 준비하는 상인들로 또다시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메인 시장 주변으로 식탁과 천막, 각종 상품들이 일사분란하게 준비되는 모습마저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손색이 없었다.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야시장은 색색깔의 조명을 밝히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먹거리는 더 풍성해졌고, 관광객과 상인들의 흥정 싸움은 보기만해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자정이 지나면서 여행에 지친 관광객들이 하나둘 숙소를 찾아 들어갈 무렵, 시장 상인들도 한명, 두명 영업을 끝내고 내일을 기약하며 퇴근을 서둘렀다. 그렇게 상인들이 모두 빠져나간 벤탄시장은 문을 연지 20시간만에 조용한 안식의 시간을 맞았다.

베트남 사람들과 세계 각 국의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려 활기가 넘치는 호치민 벤탄시장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특별한 만남의 장소로 그 가치가 더 커 보였다.

최진섭 기자 js38@cctoday.co.kr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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