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류이식 80년](3)수중생태계 진단
특히 빙어, 은어, 뱀장어와 같은 '국내어종의 국내 이식' 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다시 말해 물고기를 가져다 대량으로 방류만 해 왔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생태변화 등 각종 영향에 대한 사전·사후관리 차원의 연구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외래어종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역시 극히 빈약한 수준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조사 및 연구 사례가 아예 없다. 1980년대 후반에 가서야 비로소 외래어종의 출현 기록이 단편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계인 한강의 예를 들어보자. 1958∼1980년까지 이뤄진 어류조사의 목록을 보면 외래어종이 단 한 종도 출현했다는 언급이 없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한강에서의 외래어종 잠식률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외래어종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적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때만 해도 이미 외래어종이 한강수계에 어느 정도 확산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면 초어와 백련어는 지난 1963년에, 무지개송어는 1965년에, 블루길은 1976년에 이미 한강수계에 다량 방류돼 있었다.
첫 기록된 12종의 외래어종은 금붕어, 금잉어, 비단잉어, 유럽잉어(이스라엘잉어), 은연어, 무지개송어, 떡붕어, 초어, 대두어, 백련어, 배스(큰입배스), 블루길 등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91년 실시된 한 조사(전국 대상)에서는 이 12종의 외래어종 외에 찬넬메기(붕메기)와 틸라피아(역돔)가 추가 기록됐다.
충청권 수계에 대한 첫 기록은 서원대 손영목 교수(과학교육과)가 1990년 9월 대청호 중심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조사로서, 블루길과 찬넬메기 무지개송어, 백련어 등 4종의 외래어가 소수(개체수 대비 1∼5%의 상대 출현도) 출현했다고 보고돼 있다.
국내 어류조사에서 외래어종이 우세 또는 우점종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이다. 당시 환경처가 실시한 팔당호 조사결과 큰입배스와 불루길이 전 지역에 우세하게 출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이 시기를 전후해 외래어종이 크게 확산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도입에 따른 국내 수중생태계의 변화 등에 관한 아무런 사전 연구 및 사례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어종이 도입 후에도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생태학적 연구·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외래어종을 국내에 들여오기 전에 철저한 사전 연구 및 사례 조사를 실시한 후 그에 따른 어종 선택과 사후 관리대책 마련을 서둘렀더라면 현재와 같이 어디를 가나 '외래어 천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기야 이런 씻지 못할 과오를 관계 당국과 학계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도 이식승인서 한 장이면 되는 손쉬운 절차와 방법으로 수많은 양의 외국 물고기들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생태 현실이고 어두운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