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류이식 80년](3)수중생태계 진단

▲ [큰입배스 치어들]국내 수계에 완전 정착된 큰입배스는 매년 산란을 거듭하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대청호서 잡힌 큰입배스 치어들./사진 김성식 기자 
◆국내 연구 동향 및 실태=지금까지 이식어종(국내어종과 외국어종을 모두 포함) 전반에 걸친 국내 연구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빙어, 은어, 뱀장어와 같은 '국내어종의 국내 이식' 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전무한 상태다. 다시 말해 물고기를 가져다 대량으로 방류만 해 왔지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생태변화 등 각종 영향에 대한 사전·사후관리 차원의 연구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외래어종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역시 극히 빈약한 수준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조사 및 연구 사례가 아예 없다. 1980년대 후반에 가서야 비로소 외래어종의 출현 기록이 단편적으로 보이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계인 한강의 예를 들어보자. 1958∼1980년까지 이뤄진 어류조사의 목록을 보면 외래어종이 단 한 종도 출현했다는 언급이 없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한강에서의 외래어종 잠식률이 낮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외래어종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적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 때만 해도 이미 외래어종이 한강수계에 어느 정도 확산된 시기였기 때문이다. 기록을 보면 초어와 백련어는 지난 1963년에, 무지개송어는 1965년에, 블루길은 1976년에 이미 한강수계에 다량 방류돼 있었다.

▲ [블루길]귀화어종 블루길이 유입된 수역은 수년 내 우점종이 바뀔 정도로 생태계가 쉽게 망가진다. 사진은 그물에 잡힌 블루길들. /사진 김성식 기자
국내 어류조사의 기록상 외래어종이 공식적으로 출현하기 시작한 것은 1986년에 이르러서다. 당시 환경청이 실시한 '1986 전국 주요 생태계 조사'에 총 12종의 외래어가 처음으로 기록된 것이다. 외래어종이 국내에 첫 도입된 지 무려 23년이 지나서야 관심의 대상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첫 기록된 12종의 외래어종은 금붕어, 금잉어, 비단잉어, 유럽잉어(이스라엘잉어), 은연어, 무지개송어, 떡붕어, 초어, 대두어, 백련어, 배스(큰입배스), 블루길 등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1991년 실시된 한 조사(전국 대상)에서는 이 12종의 외래어종 외에 찬넬메기(붕메기)와 틸라피아(역돔)가 추가 기록됐다.

충청권 수계에 대한 첫 기록은 서원대 손영목 교수(과학교육과)가 1990년 9월 대청호 중심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어류조사로서, 블루길과 찬넬메기 무지개송어, 백련어 등 4종의 외래어가 소수(개체수 대비 1∼5%의 상대 출현도) 출현했다고 보고돼 있다.

국내 어류조사에서 외래어종이 우세 또는 우점종으로 보고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이다. 당시 환경처가 실시한 팔당호 조사결과 큰입배스와 불루길이 전 지역에 우세하게 출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이 시기를 전후해 외래어종이 크게 확산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 [90년대초 대청호]대청호에 유입된 큰입배스는 처음엔 가두리양식장에서 양식됐으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전량 무단 방류돼 전역으로 퍼져나갔다./사진 김성식 기자
외래어종의 유입에 따른 국내 어류상의 변화와 우점어종의 천이(遷移:시간의 경과에 따라 생물군집이 변해가는 현상), 생태 위해성, 관리방안 등에 관해 단편적이나마 연구 조사를 하기 시작한 시기는 1990년대 초이다. 즉, 1994∼1995년부터 서원대 손영목 교수 등 일부 어류학자들이 큰입배스, 블루길, 찬넬메기, 초어, 백련어와 같은 외래어종들의 기본적인 생태특성과 유입에 따른 문제점(생물군집 및 수질 변화 등), 제도적 관리방안에 관한 단편적인 연구 보고서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도입에 따른 국내 수중생태계의 변화 등에 관한 아무런 사전 연구 및 사례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들여온 외래어종이 도입 후에도 무려 30년이 지나서야 생태학적 연구·조사 대상이 된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외래어종을 국내에 들여오기 전에 철저한 사전 연구 및 사례 조사를 실시한 후 그에 따른 어종 선택과 사후 관리대책 마련을 서둘렀더라면 현재와 같이 어디를 가나 '외래어 천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기야 이런 씻지 못할 과오를 관계 당국과 학계는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도 이식승인서 한 장이면 되는 손쉬운 절차와 방법으로 수많은 양의 외국 물고기들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생태 현실이고 어두운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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