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4개월만 부실대출 3조 줄여, 카카오톡 보고·중앙회와 소통 등 변화, ‘속도·신뢰·소통·현장’ 4대 철학 강조
보수 이미지 탈피 대규모사업 이끌어, 소액대출·손해보험합작 등 성과 기대

▲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제공
지난해 4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충남 보령 출신의 김용환 회장은 인터뷰 내내 그간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보였다. 취임 이후 8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회장의 자리에서 조직의 혁신과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직원 개개인의 잠재력까지 끌어올리는 능력을 발휘한 김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농협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대한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대담=박명규 정치사회부 서울지사 부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지 1년 4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 부실 대출을 약 3조 원가량 줄이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부실 대출 감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8조 9000억원의 부실 대출을 지난 6월 현재 6조 2000억원으로 줄였다. 이는 편중여신 완화 TF 설립을 통해 이뤄낸 것이다. TF는 부실 가능성이 높은 여신을 미리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초 발족했다. TF는 조선업 선수금환급보증(RG)에 편중된 위험노출액을 감축했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현대 계열 조선사와 삼성중공업에 발급됐던 RG중 현대 2조원, 삼성 1조원 등 총 3조원을 회수했다. 반대로 TF팀 발족 이후 신규 지원된 여신에서는 부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부실이 줄어들고 건전성은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자산의 질도 개선되는 모습이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부실채권으로 인한 손익 부진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을 전망이다.”

-8개 지주 계열사 사장단으로부터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도 하는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요즘은 대부분의 조직에서 많이 하더라. 카톡으로 서류를 복사해서 보낼 수 있으니, 그것을 보고 지시할 수 있다.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요즘같은 시대에 언제 사람을 일일히 불러서 하겠나. (카톡으로 하면) 보고를 준비하는 사람도 효율적이고, 업무처리 속도도 훨씬 빨라진다. 고위공직자나 정책 결정자는 발언 하나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처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경쟁하는 다른 은행이나 기관이 사업을 먼저 가져가 버리게 되는 등, 너무 신중하면 놓쳐버리는 일이 많다. 보고체계의 간소화와 신속한 결정 및 집행을 강조했더니, 반응도 나쁘지 않다.”

-취임 이후 경영방침으로 ‘4대 철학’을 정하고 전 임직원에게 강조한다고 들었다.

“앞서 언급한 속도를 비롯해 신뢰와 소통, 현장 등 4가지를 중시한다.

업무처리는 물론 정책 결정을 속도감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현장을 많이 다녀야 견문과 생각의 범위가 넓어진다. 소통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얘기하는 것은 실천을 담보한다’고 믿을 만큼 진정성이 전제돼야 이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금융기관에 속해 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신뢰가 있다. 윤리성과 도덕성이 신뢰에 포함된다. 직원들에게 수시로 강조하다 보니 이제는 많이 체화한 것 같다.”

-취임 이후 농협금융지주를 이끌면서 경영 분야나 조직문화 등 가장 중점을 둔 분야를 꼽자면.

“원래 농협은 굉장히 보수적이고 형식과 의전 등에 강한 조직이었다.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네트워크도 잘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강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네트워크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우리는 다른 금융지주가 갖지 못한 1140여개의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 보험, 방카슈랑스, 펀드 판매 등의 상호 작용을 발휘하면 성장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가 나아갈 길을 ‘글로벌’에서 찾았다. 현지에 나가면 현지인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합작과 지분 투자, 은행 인수 등이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우리는 좀 늦은 진출이지만, 오히려 다른 은행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우리는 줄일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반면 핀테크 분야는 우리가 약간 후발주자임에도 1등을 달리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 1년 4개월간 여신심사와 부실징후 포착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채권 관리 등에서 첨단 기법을 새로 도입했기 때문에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농협이 취임 이후 시중 은행과 비교해서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 역시 ‘농협은 불친절하다, 서비스도 늦다, 다른 은행보다 직원들이 인사도 잘 안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하지만 요즘은 농협을 찾는 고객들로부터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듣게 돼 내심 기쁘다. 단순히 서비스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최근들어 시중 은행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큰 프로젝트를 우리 농협금융지주가 자주 수주하고 있다. 기업투자금융(CIB) 협의체와 상호금융 등을 합쳐서 200조원 이상 운용이 가능하다보니 큰 사업을 자주 의뢰받는 것이다. 그런 것이 옛날에는 많지 않았는데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큰 규모에 맞는 자산을 운용하면서 시장에서 거대 프로젝트의 주체로서 위상이 높아졌다. 지금도 농협과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곳이 많다. 대규모 자산 운용 주체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농협 발전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내부 경영 면에서도 변화를 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가 소통이 부족한 탓에 부실규모 파악과 해결 방법 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안 돼 있었다. 부임하자마자 부실규모와 2년 내에 부실화될 규모가 얼마인지 전수조사를 통해 규모 파악을 먼저 했다. 이후 주주들과 소통을 통해 부실 부분 전체를 들어내 해결하자고 설명했다. 그동안 아무도 언급하지 않은 것을 얘기한 것이다. 중앙회와 직원들에게도 설명했다. 그러자 직원들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줫다. 계열사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개개인이 하반기 월별 목표를 써내기도 했다. 전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직원들이 사정을 잘 알았기 때문인지 철저히 하려 한다. 중앙회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협업을 하려 노력한다. 1년 4개월만에 소통을 통해 그간의 문제점을 알게 되고 앞으로의 계획도 공유하면서 거둔 성과로 본다. 이 또한 앞에서 말한 4대 철학 중 ‘소통’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8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농협금융지주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끄는 일 역시 쉽지 않아 보이는데.

“8개 회사에는 기본적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이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 그것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해서 공정한 인사를 하는 것이 회장으로서의 책무다. 우리 농협금융지주는 다른 곳과 달리 60%가 은행, 40%가 비은행으로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져 있다. 반면 다른곳은 90%가 은행 사업이다.

그들은 비은행 분야 사업을 키우는 것이 목표인데 쉽지 않은 반면, 우리는 이미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더욱 관심을 갖고 있다. 지주는 각 계열사가 전체적으로 어디를 더 키울것인지, 시너지를 어디서 낼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달 1회씩 경영전략회의를 한다. 그런 회의 등을 통해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는게 제 몫인데 현재까지는 잘 되고 있다고 자부한다. 제 커리어를 보면 알겠지만 과거 재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서 일하면서 알던 것을 회장으로 오면서 활용했고, 거기서 나온 구상을 CEO들과 협의해서 큰 무리 없이 잘 해나가고 있다. 그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와 효율성을 갖추는 것이다. 우리 농협만이 갖고 있는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살려 공기업과의 협업 분야를 늘려야 한다. 아직 부족하지만 카드, 보험, 펀드 부문을 최대한 늘리는 것도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내년 4월까지 남은 임기동안의 계획을 알려달라.

“취임 이후 손 댔던 분야에서 지금부터 성과가 날 것이다. 인터넷 소액 대출과 손해보험 합작, 글로벌 영업과 모바일 뱅킹 등 전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된다. 향후 자산운용 부문과 함께 증권 분야 조직개편에 착수할 예정이다. 성과를 내고 있는 핀테크와 디지털 부문 등도 조직개편을 통해 약점을 보완해 나가면 더욱 뚜렷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난 1년 4개월동안 농협금융지주의 체계를 갖췄다면, 앞으로는 그 결과물을 얻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정리=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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