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경 없이 성급 추진, 한전 이익금 1393억원 충당, 주주가치 훼손 문제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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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정부가 하반기 경기활성화 정책 중 하나로 야심차게 추진한 ‘고효율 가전 인센티브 사업’이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이익금 1393억원으로 추진돼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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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가전제품 구입땐 10% 환급… 업체들 ‘꼼수’ 판매


에너지효율 1등급 가전제품 구매가격의 10%를 환급해주는 사업을 전기료 이익금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취약계층 지원 등에 사용돼야 하는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에너지 효율 향상사업의 일환으로 에너지공단에 1393억원을 출연키로 의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효율 가전 인센티브 사업의 지원을 위한 의결이었다.

이 사업은 에너지효율 1등급인 에어컨, TV(101.6㎝), 일반·김치냉장고, 공기청정기를 7~9월 중 구매한 고객에게 최대 20만원 한도 내에서 구입금액의 10%를 환급해주는 것이다. 지난달 29일부터 환급 접수에 들어갔지만 재원 규모와 마련 방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며 가전업계 배불리기 사업으로 한 차례 논란이 됐다. 가전업계는 환급을 마치 할인인양 판매하면서 고객들에게 혼란을 일으켰고 계절적 요인에 따라 에어컨과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김치냉장고 판매율이 전달보다 28~49%가량 급증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번 사업을 주도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재원 마련 방안으로 각각 한전 이익금과 추가경정 예산으로 이견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추경에서 이에 대한 예산지원이 여의치 않자 부담이 한전으로 기울게 되면서 논란을 키웠다. 당초 한전의 출연금은 백열등이나 변압기같은 기기를 고효율 기기로 교체할 때 사용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 기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력 기금은 전기요금 납부자들에게 3.7%를 추가로 걷어 조성하기 때문에 결국 납부자들의 돈으로 환급을 해주는 정책이 마련된 꼴이 됐다.

한전은 에너지 고효율 사업의 일환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취지인 취약계층의 고효율 에너지기기 지원에서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주주회사인 한전이 이익금을 정부에 출연한다는 점에서 주주 가치 훼손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게 전력업계의 설명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이번에 출연한 기금은 회수할 수 없는 돈으로 알고 있다”며 “1000억원이 넘는 기금을 한전의 본래 사업 영역과 무관한 곳에 출연한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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