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대전 서구약사회 회장

약은 예로부터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사람이 태어나서 삶을 영위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병을 낫게 하거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약이다.

그런데 이 중요한 약이 의약분업 실시 이후 꼭 필요한 용도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약은 다국적 회사들이 직수입하거나(물론 국내에서 합성되는 원료의약품도 있으나) 대부분의 원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조 포장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약들은 법률적으로 일반 의약품과 전문 의약품으로 구분돼 병·의원과 약국으로 납품된다.

소규모의 병·의원의 의약품은 의사에 의해 관리되고 대규모의 병원은 병원 내 약국 등 관리부서에서 의사의 처방하에 조제 투약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폐기처분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일반 의약품은 그렇지 못하다.

일반 의약품은 약사의 관리하에 환자에게 판매되기 때문에 병의원에서 관리하는 것과 같이 큰 문제가 없지만 전문 의약품은 문제가 많다.

전문 의약품은 의사의 처방전에 의해서만 조제 투약되기 때문이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처방약(주로 전문의약품)이 대략 2만종에 이르고 이 많은 약이 의사들에 의해 처방돼 약국에서 조제 투약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약국에서 이 약들을 모두 구비하기는 약국규모, 경제적인 문제, 약의 관리 및 활용도 등등의 이유 때문에 불가능하다.

많은 약을 구비하고 있는 약국이라 해도 2000∼3000종의 의약품을, 소규모의 약국은 500∼1000종 정도의 약을 구비하고 처방에 의해 조제 투약하고 있다.

모든 처방전이 모든 약국에서 조제 투약되기는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러니 많이 처방되는 의약품이나 주위 의원에서 처방되는 약만을 구비하고 조제하니 환자들이 불편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약국에 약이 없어 조제를 못해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상황이 발생되면 환자에게 본의 아니게 불편을 끼치게 되고 그래서 환자의 편익을 고려해 많은 약을 구비하다 보면 재고로 많은 약이 남게 된다. 또 의사들이 여러 이유로 처방약을 바꾸게 되면 그전에 사용하던 약들이 재고로 쌓인다.

이렇게 쌓인 약들이 각 약국마다 1년에 수천만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이런 약들은 약으로의 효용 가치를 상실해 쓰레기로 변해버리며 전국적으로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수천억의 약은 국가적으로 외화 낭비는 물론 각 약국과 도매업체들은 직접적으로 손실을 입는다.

또 쓰레기로 변한 약들은 다시 환경적 오염 물질로 변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며 이는 자연과 후손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 수년간 이런 문제가 발생돼 지속되고 있음에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의약 관계자의 의지만 있다면 이 같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성분명 처방의 강제화, 대체조제의 활성화, 소포장 의약품생산, 약국간 교품(交品)의 정상화, 재고약 정부 매입 후 의료 사각 지대에 무료 보급, 동일성분약 처방 변경시 전에 사용하던 약 조제 가능 등등 다양한 해결책이 있다.

새해에는 양심의 의지가 소중한 의약품이 버려지는 일을 막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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