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면 대전시 맑은물정책과장

1980년대를 배경으로 700만명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써니’에는 이런 대화 장면이 있다. “미래에는 걸어 다니면서 전화할 수 있는 전화기가 나온대. 걸어 다니면서 라디오도 듣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또 물도 사먹는 시대가 온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92년 생수가 시판됐다. 바야흐로 물이 자유재에서 경제재로 바뀌는 순간이다. 또다시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지구촌 곳곳에는 식수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나라 역시 OECD 34개 회원국 중 물 부족 정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됐다.

빗물 한 방울도 소중한 때에, 대전시에 기다리던 낭보가 전해졌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환경부가 공모한 ‘물순환 선도도시’, 이른바 촉촉한 도시에 우리시가 최종 선정된 것이다. 친환경 도시로 진일보 할 수 있는 찬스라 여기고 낙점을 위해 매진한 결과였고, 또 이상가뭄과 잦은 홍수로 체계적인 물관리 대책이 시급했던 터라 촉촉한 도시 선정은 그야말로 가뭄 뒤 단비와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물 순환 선도도시로의 변신을 준비하기 앞서 올 초 우리시는 저영향개발기법(LID : Low Impact Development)을 전면 도입을 선포했다. 시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LID기법이란 말 그대로 개발추진 단계서부터 환경에 주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빗물이 땅속으로 제대로 스며들어 지하에 저장될 수 있도록 아스팔트 보다는 투수 블럭을 깔고,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와 풀 등을 이용한 식생 수로(水路)를 연결하는 것, 또 옥상정원을 꾸며 도심의 물 순환 체계를 최적화 하는 것들이 LID를 적용한 사례다. 이미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불투수면 총량제, 빗물세 부과 등을 통해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기법이기도 하다.

이제 ‘물순환 선도도시’가 된 지금부터 저영향개발기법은 대전 도심 곳곳에서 그 빛을 발할 것이다. 그 첫 스타트로 내년부터 2019년까지 서구 월평·둔산동 일부 지역에 식생수로 및 식물재배화분, 투수성 포장 등 LID기법을 적용한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이외에도 단계적으로 빗물 분담량 설정과 개발사업 사전협의제 운영, 도로투수포장 확대 및 관리실명제 도입, 민간 빗물관리시설 보조금 신설, 우수시책 시민공모제 운영, 물 순환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그리고 시범모델로 빗물그린마을을 조성하는 등 건강한 물 순환 체계 회복을 위한 노력들이 다각도에서 이뤄질 것이다.

최초 도입되는 이 같은 저영향개발기법 사업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인력차원에서는 내부공모 절차를 통해 LID 전담 전문관도 별도로 꾸려진다.

지난 23일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 협력을 위한 환경부와의 업무협약 체결과 동시에 신호탄이 울렸다. 이제 대전을 비롯한 광주, 울산, 경남 김해, 경북 안동 등 물순환 선도도시로 선정된 5개 도시는 올해 말까지 각자 물순환 개선 목표를 설정하고 표준조례안을 마련해 본격적인 생태도시로의 환골탈태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시는 자연 친화적인 광역 도시 모델로서 단연 으뜸이 될 것이다. 물 관리 능력은 이제 도시경쟁력 그 자체다. 하루만 단수돼도 당장에 마실 물은 물론이요 일상생활 전반에서 큰 불편을 겪었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물을 물 쓰듯 하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망우보뢰(亡牛補牢)의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개인차원에서도 행정차원에서도 한 방울의 물이라도 살뜰히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곧 우리시가 물순환 선도도시가 된 목적이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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