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식 충북도 예산담당관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이 말은 1929년도에 있었던 세계대공황을 설명하기 위해 영국의 경제학자인 케인즈(J.M.Keynes)가 처음 사용했다. '겉보기와는 달리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이는 말이다. 현재 우리 충북도가 처한 재정상황도 이 한마디로 요약해 표현할 수 있다.

우리 도는 구제역의 악몽과 사상 초유의 메르스 사태, 42년 만의 극심한 가뭄, 수도권 규제완화 등 어려운 여건과 국내·외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실질경제성장률 4.4%(전국 4위), 고용률 68.4%(전국 2위), 수출증가율 7.1%(전국 2위) 등 주요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 817개 기업 투자유치액 6조 1530억 원, 도정 사상 최대 규모인 4조 5897억 원의 정부예산 확보, 각종 대규모 국제행사의 성공적인 개최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며 ‘충북경제 전국 4% 실현’을 목표로 순항 중에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도의 재정여건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어 도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우리 도 세입은 2014년 지방소비세율 인상(5→11%)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이 일부 해소됐고, 부동산경기 활성화로 2015년도 전체 도세 수입 9680억 원 중 1698억 원의 초과세입액이 발생하는 등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교육재정교부금 69억원, 지방교육세 전출금 220억원, 시·군 징수교부금 및 조정교부금 726억, 상생발전기금 100억원 등 법정부담금 1115억 원을 제외하면 올해 실제 가용재원은 600억 원이 채 안 되는 실정이다.

또한, 평가지표상 경기호조로 정부에서 교부되는 지방 자주재원인 교부세는 최근 3년간 955억 원이 감소됐고, 향후 2~3년간 상당액의 추가 감액요인이 있는 등 재정여건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 및 국고보조사업의 과중한 지방비 부담, 당면 현안사업인 2017년 전국체전 및 장애인체전 개최( 241억 원), 에어로폴리스 1·2지구 조성(348억 원), 국가지원 지방도 사업(147억 원), 지방도 사업(1076억 원) 등에 따라 도비가 계속 투입돼야 할 실정이다.

향후 우리 도에 유치 예정인 14개 공공기관의 건립비용 6795억 원 중 도비 부담분 1480억 원의 투자도 예정돼 있고, 최근 대응투자(공모)사업의 급증으로 매년 150억 원 정도의 도비가 계속 지원돼야 하는 등 세출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어 진시황의 '화수분'이라도 빌려다 놓고 싶은 심정이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도-시·군 간 재정분담률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대규모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행사나 공모사업은 사전 투자심사 기능을 강화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불필요한 경상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위해 성과평가 결과 미흡 사업과 일회성·낭비성 행사는 과감히 퇴출시키는 한편, 법령 또는 조례에 지원근거가 없는 민간보조 사업은 지원을 중단하는 등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아울러, 도민 여러분도 우리 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향후 100년 대계를 위해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를 감시하고 예산절감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등 재정 건전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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