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기]2005 乙酉年 대한민국 운세

서기 2005년은 단기 4338년에 해당하는데, 간지(干支)로는 을유년(乙酉年)이 된다. 을유년에는 부디 나라에 큰 변란이 없고, 또 국민들이 모두 뜻을 얻어 행복 속에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비는 바이다.

을유년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하극상(下剋上)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이 하극상은 음(陰)끼리의 하극상으로서 겉으로 보이지 않게, 골수에 사무치게 반목을 하는 모습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가 모두 이러한 기세 속에 놓이게 되어, 쟁투가 그쳐지지 않을 것이다.

을유의 천간(天干) 을(乙)을 오행으로 볼 때는 나무(木)이고, 음양(陰陽)으로 볼 때는 음(陰)이니, 을은 음의 기운을 가진 나무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2005년의 천간은 음목(陰木)이니, 여린 나무와 같은 음목의 기운이 하늘의 주도 세력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음목인 을은 부드러운 나무로서, 화초나 채소나 유실수 등에 해당한다. 이것을 사람으로 보면 미인이 되고, 성격으로 보면 세심함이 되고 사치가 되고 끈기가 된다. 신체로 보면 간(肝)이 되고 근육이 되고 수족이 되고 말초신경이 된다. 방위로 보면 동방(東方)이요, 수리로 보면 3·8이요, 색으로 보면 청색이 된다. 을은 부드러운 나무로서, 화려하면서도 세심한 여성의 이미지를 가진 천간이다.

을유년의 지지(地支)는 유(酉)인데, 유는 오행으로 볼 때는 쇠(金)이고, 음양으로 볼 때는 음(陰)이다. 그래서 유는 부드러운 쇠, 즉 음금(陰金)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2005년에는 음금(陰金)의 기운이 땅의 기운을 주도하게 되는 것이다. 유는 물체로 본다면 금(金), 은(銀) 등의 비철금속 또는 낫, 면도칼 등이 된다. 사람으로 본다면 소심하고 치밀하고 공격적인 성품을 가지며, 외모는 하얀 피부의 미인이 된다. 신체로 보면 폐(肺)가 되고 혈관이 되고 호흡기가 되고 피부가 된다. 방위로 보면 서방(西方)이요, 수리로 보면 4·9요, 색으로 보면 흰색이 된다. 유는 음의 성질을 가진 금인데, 을유년에는 지지의 유금(酉金)이 천간의 부드러운 음목을 날카로운 칼로써 베는 형국이 되니, 음끼리 소리도 없으면서 살벌한 하극상의 형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유(酉)는 십이지신(十二支神) 중에는 닭에 해당한다. 닭은 새벽을 알리는 동물이다.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 해도 새벽닭이 울고 나면, 대명천지(大明天地)가 열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닭 우는 소리, 즉 계명성(鷄鳴聲)이 울리고 나면, 어두웠던 세상은 밝게 뒤바뀌고 혼탁했던 심성은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시경(詩經)'에 '풍우(風雨)'란 시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風雨凄凄(풍우처처)어늘 鷄鳴???(계명개개)로다.

旣見君子(기견군자)호니, 云胡不夷(운호불이)리오.

비바람이 차가운데/ 닭 우는 소리 울려 퍼지네.

이미 임을 보았으니/ 어찌 편안하다 하지 않으랴.


아무리 칠흑같이 어두운 밤, 비바람조차 차갑게 몰아쳐도 '꼬끼오' 하는 소리가 울리고 나면, 어김없이 날이 밝아 오는 것이다. 날이 밝아 옴과 함께 애타게 그리워했던 임이 찾아왔으니, 그 즐거움이 한이 없는 것이다. 이 시에서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나라에도 제발 닭의 해를 맞아 광명천지(光明天地)가 열렸으면 좋겠다.

2005년의 국운이 길한가 흉한가를 떠나, 정치인이나 경제인이나 국민 모두가 자기의 권리를 조금씩 양보하여, 단결과 화합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 속에서도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신 차려 차분하게 대응해 나아가지 않는다면, 감당하지 못할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유가(儒家)에 '거경(居敬)'이란 수양법이 있다.

이것은 정신을 하나로 모아 일이 없을 때는 안으로 자기를 살피고, 일이 있을 때는 정신을 일에 집중하는 수양법이다. 사람이 수양을 이루자면 반드시 정신이 모아져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라도 내실 있게 가꾸자면, 반드시 나라 사람들이 정신을 차려 안으로나 밖으로나, 능동적으로 그리고 차분히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누구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정신을 놓고 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하루빨리 거경 공부로서 정신을 수습해야만, 닭을 크게 그리고 빨리 울게 하여 국운을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닭의 해인 2005년을 맞이해서는 우리 모두가 정신을 성성(醒醒)히 차려 천지가 흔들릴 만큼 크게 우는 새벽닭 소리를 듣게 되기를 학수고대하는 바이다.
?김기 <동양학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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