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형 대전시의회의원

되돌아보면 갑신년 한 해는 유난히도 정치적 격랑과 경제적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지난 주요 이슈만 봐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및 기각,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의 위헌 결정,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 고교등급제, 북한 핵문제, 불량 만두 파동, 연예인·야구선수 집단 병역비리 등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한 사건이 줄을 이었다.

특히 충청권에서는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의 위헌 결정으로 충청인의 가슴에는 피멍이 들었고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위헌 결정 후 충청인들의 분노는 지역과 정파를 넘어 대동단결해 신행정수도 건설의 재추진을 강력히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한 여러 인사들의 삭발식과 혈서, 화형식 등을 동원하며 충청인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데 필자가 삭발한 후 많은 시민들과 만나면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게 됐다.

하나는 '고생했다'는 말이고 또 하나는 '머리깎는다고 행정수도가 오나'였다. 후자에 대한 말은 수많은 규탄대회를 열지만 충청인들이 결집되지 않는다는 아쉬움과 함께 충청인의 현실 인식과 행동에 다소 문제가 있음을 웅변해 주고 있는 것으로 인식됐다.

우리 민족성을 논할 때 냄비근성을 얘기하곤 한다. 너무 빨리 끓고 빨리 식는 데서 비롯한 이 말은 정칟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그 근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물론 우리 민족의 정신이 화약처럼 폭발하는 민중의 정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언론에 식품문제나 가축 전염병 등에 대해 나오면 그 해당 산업과 사업은 초토화되기가 일쑤이며 이라크에서 참수된 고 김선일씨 사건의 경우에는 1주일을 회자시키지 못했다.

더욱이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 논란은 국내 정치적 사건에 가려 그 아쉬움이 더욱 크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중국 공산당의 유력 당보인 광명일보(光明日報)에 '고구려는 중국 동북지역에 있던 변방민족의 왕조였다'는 내용의 글이 실리면서 문제화됐다.

광명일보의 시론은 중국의 일방적 역사자료만을 인용해 '고구려는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했고 마지막에 "고구려사 연구에서 발생하는 학술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은 왜 고구려사를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있는 것일까? 학자들은 김정일 정권 붕괴 이후 한반도에 '통일'이라는 새로운 질서가 확립될 경우 200만 인구의 옌볜 조선족자치주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할 목적이 있다고도 한다. 마치 일본이 200년 후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지금 분쟁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고구려를 중국 변방의 소수민족 정권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적인 이들은 중국과 고구려는 원래 한 나라였다면서 수나라와 당나라가 고구려와 벌인 싸움을 '이민족 정복전쟁'이 아닌 '통일전쟁'으로 묘사를 하고 왕건이 세운 고려는 고주몽이 건국한 고구려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도 한다.

일본과의 독도 영토분쟁과 함께 바야흐로 동북아는 '역사전쟁'시대로 진입했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 옛날 고구려인이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해 나라를 잃은 후 1400여년 지난 뒤 우리가 고구려사를 잃는다면 이것은 우리 스스로 역사를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바로 보고 확실히 지켜나갈 책무가 있다. "한국의 지식인들은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비교적 할 말을 다 하는데 중국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고 걱정하는 중국전문가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와 지식인 사회는 이번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대해 당당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중국은 국제사회와 한국과의 경제교역 등의 관계를 고려해 더 이상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진실된 역사를 밝혀야 한다. 영토 위주의 국가 성립을 중시하는 중국의 문화를 우리가 이해하듯 한국의 선조들이 동북아무대에서 활약한 것을 중국은 인정해야 한다.
?이제 역사는 전쟁과 패권의 역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세계평화를 이루고 서로가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지구촌을 만들고 있는 21세기인 것이다.

다가오는 을유년에는 우리 민족이 좀 더 진지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행동을 사려 깊게 하며 역사에 대한 의식을 견고히 해 작지만 강한 나라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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