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안전한 수상버스로 대체" vs 주민 "실정 모르는 탁상행정"

▲ 대청호에 배치된 농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 옥천군과 대청호 연안 주민들이 낡은 농사용 선박(농선·農船) 폐지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군에서 주민안전을 위해 이들 선박을 모두 없애고 여러 마을을 순회하는 '수상버스' 도입을 검토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이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1일 군에 따르면 현재 대청호 연안 마을 10곳에는 2t 미만의 소형 철선 13척이 농사용으로 배치돼 있다.

이들 선박은 호수 건너 농경지를 오가거나 농산물을 실어나르기 위해 1998∼2000년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관리단 지원을 받아 건조됐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는 선체가 낡아 바닥에서 물이 새는 등 상태가 엉망이다.

일부는 오랫동안 육상에서 방치돼 녹이 심하게 스는 등 제구실을 못하는 실정이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안전검사를 통과한 배는 5척에 불과하다.

작년 8월에는 굴착기를 운송하던 중 배가 뒤집혀 함께 타고 있던 주민 3명이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사고도 났다.

이런 상황에도 연료비·수리비 등으로 나가는 관리비는 한 해 9천400만원씩이 든다.

고민하던 군은 사용연한(20년)에 근접한 농선을 모두 폐선하고, 규모가 더 크고 튼튼한 배 2척을 새로 배치해 수상버스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을 단위로 배치된 지금의 농선과 달리 시간표에 맞춰 여러 마을을 순회하는 일종의 '화물여객선' 개념이다.

배 건조에 드는 6억원은 대청댐관리단이 전액 지원해주기로 했다.

군은 이 배가 도입되면 호수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이 된 옥천읍 오대리와 군북면 막지리 주민의 교통 불편 해소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마을에는 공기부양정과 3.31t급 철선이 배치돼 주민의 발 노릇을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새로 도입하려는 수상버스가 호수 연안 마을 10곳과 주변 농경지를 촘촘하게 연결한다면 대청호 뱃길이 지금보다 안전하고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마을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자가용'처럼 이곳저곳 끌고 다니는 농선 기능을 수상버스로 대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동이면 석탄리 A씨는 "배시간에 맞춰 출퇴근하면서 농사지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농사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행정이 생뚱맞은 구상을 내놨다"고 비난했다.

이웃 마을의 B씨도 "도선이 오가는 마을 2곳을 제외하고는 변변한 선착장조차 없는데 무슨 수로 수상버스를 띄운다는 얘기냐"며 "농선이 낡았다면 새 선박으로 교체해주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은 농선의 사용 빈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을 들어 주민 설득에 나서고 있다.

군 관계자는 "수상버스는 관리비용은 줄이면서 선박안전은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며 "외딴 농경지를 출입하는 데는 어선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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