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중문화계의 경사라면 단연 '욘사마'의 한류(韓流) 열풍을 들 수 있다. 일본 아사이신문은 2004년 일본의 최고 유행어로 '욘사마'를 선정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올해의 히트상품 1위에 '욘사마'를 꼽았다. 일본열도를 통째로 집어삼킨 배용준의 인기가 놀랍기만 하다. 배용준 주연의 드라마 '겨울 연가'(일본명 후유노 소나타)의 경제적 효과가 2조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일본 다이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의 분석결과도 나왔다. '욘사마의 일본 폭격'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한국인이라면 그간 가슴에 쌓인 체증을 일거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쾌거임에 틀림없다.

일본 아줌마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겉으로만 보면 남녀 두 주인공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 이젠 저만큼 흘러가 버렸지만 여전히 가슴을 저미게 하는 원초적인 유토피아…. 그런 청순한 그리움이 일본인들을 사로잡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자신의 남편보다 배용준이 더 좋다는 일본 여인들의 찬사가 쏟아질 정도다. 일본인 특유의 '히스테리 증상'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식상한 미국 대중문화의 대안 모색, 아시아 지역의 오랜 적대감 완화, 10년 전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보여 줬던 일본인 특유의 광증 재현 등의 요인도 회자되고 있다.

일본인들의 한국행 러시와 함께 한국 역사와 문화, 한글 배우기 붐이 일면서 경제적인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폭발적인 인기는 현대 자동차나 삼성 휴대폰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콘텐츠 산업의 파급효과는 결코 특정 국가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1년간 1조 720억원의 경제효과를 거둔 반면 일본이 거둔 경제효과는 1조 2300억원으로 추계되고 있다. 콘텐츠 생산국인 한국보다 일본에서의 파급효과가 오히려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절묘한 상술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미 중국이나 대만을 비롯해 베트남, 몽골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각국에서도 한국의 드라마, 영화, 가요 등 대중문화상품이 몰고온 한류 열풍은 식을 줄을 모른다.? 한국 인기 연예인을 동경하는 연령층을 보면 아줌마들은 물론 10대에서 20대에 몰려 있다. 향후에도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인식 및 수용성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한류가 세계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아 갈 것인가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원론적인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겠다. 바야흐로 세계는 문화의 세기에 길들여지면서 한 국가의 경쟁력 역시 문화에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와 반테러 그리고 전쟁의 악순환 그 자체는 기실 문화의 본래 가치를 무시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다른 문화에 대한 편견을 버린다면 인종이나 종교적인 이념 및 '문명의 충돌'도 뛰어넘어 인류애라는 보편적 가치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는 간과해서는 안될 과제를 아울러 제기해 준다. 그 전제는 과연 한류 열풍이 앞으로도 지속성을 유지할 만한 자생력을 갖추게 될 것인가라는 점으로부터 출발한다. 한류의 인기가 미국문화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보강하는 일이 시급하다. 일본의 욘사마 열풍은 한류의 함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을 외면할 수도 없다. '겨울 연가'라는 드라마에서 창출된 배용준의 이미지가 퇴색될 경우 일본에서 후속타를 이어갈 캐릭터가 있느냐는 게 바로 그것이다.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홍콩 영화가 곧 한계를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나의 문화트렌드에는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욘사마 신드롬은 조선통신사 이래 최대의 문화상품이라는 일본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 평가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일본에서의 한류 열풍은 양국의 미래 지향적인 관계 차원에서도 권장할 만하다. 지난날 한국에 대한 일본의 오해와 편견을 욘사마 열풍으로 씻어 낼 수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일본에는 그 순수성을 왜곡하려는 일부 시각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음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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